해외여행/'18 뉴질랜드

와이헤케 섬(2018.12.5. 수)- 빈야드 워킹 트레일

여름숲2 2020. 10. 30. 06:28

 오클랜드에서 14Km 떨어진 '와이헤케 섬'은 페리를 타고 40여분 정도면 도착한다. 이 날은 우리의 북섬 여행 중 가장 날씨가 맑은 날이었다. 

 페리호가 마티티 베이 Matiation Bay에 도착한 후 선착장에서 이런저런 안내문을 챙겼다. '와이너리 투어 상품' 보다는 직접 이곳저곳을 마음 편하게 다니는 것이 좋지 하는 생각으로 우선 버스의 종점인 '오네탕이 비치'까지 가 보기로 했다. 그리고 버스 속에서 안내문을 보며 이런 저런 코스를 찾아보다가 '유레카~' 놀라운 것을 발견했다.  'Vineyard Walking Trail' , 작은 지도에 점선으로 표시된 워킹 길이 있는 것이었다. 오직 여름에 한해서만 포주 농장주들이 허락한 코스라는 설명과 함께.  지도가 너무 작아서 그 길을 찾아 갈 수 있을 지는 모르겠지만, 설레는 마음은 벌써 그곳에 당도해 있었다. 지금이 바로 여름이었다!!!  외부인의 발길이 닿으면서 옮길 수 있는 병충해 때문에 유럽에서도 엄격하게 관광객들의 출입을 막는데, 이곳은 한시적이나마 열고 있었다. 포도가 자라기 전에 , 그리고 포도가 어느정도 자라 건강하다고 자신하는 그 때.....가  지금이다. 

 그렇게 꿈에 그리던 포도밭 사이를 거닐며, 걸어서 와이너리들을 방문하는 행복한 시간을 갖게 되었다. 

 

와이헤케 섬 개념도.  붉은 색은 오클랜드에서 와이헤케 섬. 파란 색 동그라미는 Vineyard Walking Trail이 있는 지역을 표시한 것이다
우리의 발이 닿은 Vineyard Walking Trail. 오네탕이 비치에서 와일드 온 와이헤케까지 6개의 와이너리를 잇는 걷기 길이다.
버스 노선도. 파란색 선이 메인 도로를 달리는 버스 노선이다.
오클랜드 페리 터미널
와이헤케 선착장
선착장 앞에 있는 버스. 이 버스를 타고 , 섬의 이곳저곳을 다닐 수 있다.

▶ 오테탕이 비치 Onetangi bay

 남섬에서는 내내 날씨가 좋아서 북섬에 가면 반바지를 입어야하겠구나 했는데, 뜻밖에 북섬에서는 여행내내 비가 오락가락 했었다. 그런데, 뉴질랜드 여행의 마지막 날, 눈부시게 화창한 날씨가 펼쳐졌다. 하늘은 더없이 푸르고 맑았으며, 바다는 에메랄드 빛으로 끝없이 다가와 부서졌다. 막힌 곳 하나 없이 드넓게 펼쳐진 바다와 여행의 마지막이 갖는 감상에 젖어 모래사장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실없이 웃음이 터져나왔지만, 듣는 이 하나 없는 텅 빈 해변에서 파도소리만 화답할 뿐이었다. 

 

하늘이 비치는 에메랄드 빛 바다. 먼 바다에서 가까운 바다가 무지개처럼 각기 다른 푸른 색으로 띠를 만들고 있었다. 하늘까지 합류하여 어느 파란 빛도 아름답지 않은 색이 없었다. 블루의 향연이었다.

오네탕이 비치 

바다 뒷쪽 풍경. 트래킹 길은 저 언덕을 넘어가야 시작된다.
강렬하게 붉은 나무
해변 뒤로 보이던 언덕을 올라와서 본 풍경. 눈이 시리게 푸르다.

 오네탕기 해변의 끝에서 언덕으로 올라서자 멋진 풍경이 펼쳐졌다. 청색과 녹색과 꽃들의 붉은 색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이었다. 그리고 드디어 발견한 트래킹 이정표!

처음 발견한 빈야드 워킹 트래일 이정표

 이 표시를 따라 가면 되지만, 표시가 친절하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고, 길도 선명한 것이 아니라 조금 헤맬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디를 가더라도 믿을 수 없는 초록의 향연이 펼쳐진다. 초록 중에서도 이제 막 열매 맺기 시작할 무렵의 물이 오른 포도나무 잎의 연두색은 꽃처럼 아름답다. 그 연두색이 끝없이 파란 하늘과 흰구름 아래 펼쳐진다. 그리고 그 사이를 걷는다.

포도나무 사이에 작은 야생화가 피어있는 풀밭을 걷기도 한다.

 

 

▶ 카시타 미로 Casita Miro

 첫번째 만난 와이너리이다. 멀리서부터 선명한 초록과 빨강, 거기에 더해진 흰구름과 푸른하늘이 이 와이너리에 대한 기대를 갖게 한다. 가까이 가니, 가우디 풍의 알록달록한 타일 담장이 있고, 예쁜 꽃들이 활짝 피어 있었다. 웨딩 촬영이 많이 이루어지는 와이너리라고 한다.

위 사진 왼쪽 끝이 '카시타 미로'입구이다.
와이너리 입구를 스페인 '카사 밀라' 같은 '가우디' 풍의 장식으로 꾸몄다.
빈야드 워킹 트래일 안내문이 있다.   Vineyard Walkway                                                                                                                                                              To :  옵시디안,  테 머튜,  와일드 온 와이헤케, 스톤니 릿지, 탄탈루스, 와 오네탕기 로드                                                                              Open : 오전 11시,  Closes : 오후 5시,  매일                                                                                                                                * 오직  여름시간에만 연다.                                                                                                             
너무 예쁜 연두색 포도 잎이어서 '너도 꽃이다'라고 말해주었다. 

 

▶ 옵시디안 포도농장 Obsidian

포도가 알맹이를 맺기 시작하고 있다. 
길이 사라지고, 포도밭 사이를 지나게 되면서 이런 안내판이 나왔다.   이 게시물의 왼쪽으로 걸어가시오, 언덕 위로 똑바로 걸어가시오, 조용히 말하고 떠들지 마시오, 이 길은 비온 후에는 매우 미끄럽습니다

 포도 나무 아래에는 이런 작은 꽃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땅은 부드럽고 폭신해서 맨발로 걸어보고 싶었다. 싱그러운 풀냄새와 고요한 정적만이 주변에 가득차 있었다. 우리는 이 길에서 워킹 트레일을 하는 사람을 누구도 만나지 못했다. 그만큼 알려지지 않은 워킹길이었는데, 걷다보면 길이 사라지기고 하고, 겨우 찾아내면 포도밭 사이를 통과해야 하는 일이라서 무척 조심스러웠다. 포도는 병에 취약하다는데, 우리의 발자국에 따라온 병균이 침입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따랐다. 길이 아닌 농사 짓는 남의 농장 사이를 밟고 지나는 일이 불안하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이 초록의 향연과 고요한 적막 속에서 와이너리 걷는 것은 와인을 마시는 일보다 더 가슴 벅찬 일이기도 했다. 그렇게 조심조심하며 트레일을 따라 걷다가, 우려하던 일이 발생했다.

이 트레일은 개인사유지에 걸쳐 있다. 농사 활동을 존중해 주십시오

 이렇게 쓰여있고, 원래 직진 방향 화살표를 지우고 오른 쪽으로 화살표를 새로 그려 넣어놓은 이정표를 만난 것이다. 그런데 오른쪽 방향은 아무리 봐도 담 울타리를 친 막힌 길이었다. 언젠가 속초에서 네비게이션을 따라갔더니, 끊어진 다리 한 복판에서 '직진하시오' 하고 안내하던 네비게이션을 볼 때처럼 갑자기 정신이 아득해졌다. 이곳만 통과하면 될 것 같은데, 이런식으로 막다니.... 이 게시판을 존중하려면, 막힌 담을 넘어 가거나, 되돌아서 원점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데, 우리는 이미 너무 많이 와 있었다. 남의 나라에 와서 법을 어길 수 없다며, 되돌아가겠다는 남편을 보면서, 어찌해야 할 바를 몰라서 오랫동안 서 있었다.  길을 만들고 갑자기 들어오지 말라고 하면, 공중으로 솟구쳐야하나, 땅 속으로 스며들어야하나? 바로 위가 테모튜 와인어리인데, 어찌해야 하지?

 갈 길 보다 온 길이 먼 데..... 

 두려운 마음을 가득 안고 그 옛적 끊긴 다리 앞에서 직진하지 않고 불법 유턴했듯이, 나는 직진하였다.

바로 이 길이다. 바로 위에 와인너리들이 보이는데.... 

 바로 이 길만 직진으로 통과하면, 다음 와인너리들이 연이어서 있다. 왼쪽 아래 작은 입간판이 '들어오지 마시오'이다. 이 짧은 길을 통과하면서 가슴이 얼마나 두근거렸는지 모른다. 낯선 이국 땅에서 주인에게 잘 알아듣지도 못하는 말로 혼나는 상상부터, 경찰서에 끌려가서 연출될 온갖 낯 뜨거운 상황까지. 불과 100여 미터밖에 안되는 이 길 앞에서 나를 감싸던 불안을 떨치고 나는 빠른 걸음으로 통과했다. 

 그리고, 그 언덕 위에는 평화로운 풍경과 작은 와인 가게들이 있었다.

포도밭만 있는 것이 아니라 올리브 나무들도 있다.
와인통들

섬이라서 식물들이 이국적이다. 

 

 

▶ 테모튜 와이너리 Te motu

 

 

▶ 스토니릿지 빈야드 Stonyridge Vinyard

 드디어 오늘 우리가 쉬기로 한 와이너리에 왔다. 이곳이 트레킹의 마지막 지점과 가깝기도 하고, 나름 규모가 큰 와이너리여서 이곳에서 와인을 마시기로 했다. 이곳 와이헤케는 '피노누아'와 '소비뇽 블랑'이 주로 생산된다고 한다. 우리는 테스트닝 와인을 마셨는데, 이곳 뉴질랜드 와인은 생소해서 맛을 평가하기는 어려웠고, 운동 후에 아름다운 와이너리를 바라보며 즐겁게 마셨다. 따뜻한 햇살아래 와인을 마시며 눈부시게 빛나는 포도밭을 바라보는 일은 멋진 일이다. 

이곳은 올리브 나무가 많은데, 직접 올리브유를 짜서 요리한다고 한다. 

 '스토니릿지 와이너리'에서부터는 내리막 길이다.  조금만 더 내려가면, 마지막 와이너리인 '와일드 온 와이헤케'가 있는데, 우리는 그냥 빠르게 스쳐 지나갔다. 그 다음은 메인도로인 오탕기 로드가 나온다. 이곳에서 버스를 기다렸다가 타면, 이곳저곳을 들러 선착장이 있는 '마티티 베이'에 도착한다.

 

▶ 선착장으로 가는 버스에서 본 풍경들 

머드브릭 빈야드로 가는 길. 멀리 와이너리가 보인다.
버스가 여기까지 와서 와이너리에서 나온 사람들을 태우고 다시 선착장을 향해 달린다.
머드브릭 빈야드. 규모가 가장 큰 와이너리인 듯 하다. 이곳에서는 바다가 보이는 장점도 있다. 
선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