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8 뉴질랜드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래킹(2018.12.2~3)

여름숲2 2020. 10. 30. 05:59

전체 개념도.  녹색은 도로, 빨간 점선이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루트, 동그라미 친 구간이 실제 왕복 트래킹한 구간

 타우포 호수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향했다. 네비게이션에 목적지를 '샤또 통가리로 호텔'로 맞추고 출발할 때까지는 평화로웠다. 날씨도 더없이 좋았다.

 뉴질랜드 운전시, 구글이 되는 곳에서는 구글 네비로, 그렇지 않은 곳에서는 유료 어플 네비를 사용했었다. 뉴질랜드는 인구밀도가 낮은 나라라 우리나라의 고속도로 같은 것이 없다. 고속도로라고 이름 붙여봐야 왕복 4차선이고, 대부분의 주 도로는 왕복 2차선 길이다. 터널도, 고가도로도, 직선 도로도 거의 없는, 옛길 그대로 포장만 한 듯한 도로이다. 그래서 운전에 시간은 많이 걸리지만, 나름 운치있기도 하고 지나는 차들이 많지 않아 크게 어려움은 없었다. 그런데, 아뿔사~ 미처 우리가 고려하지 않은 사항이 있었다. 위의 그림 지도를 보면, 타우포 호수를 빠져 나와서 통가리로 국립공원으로 가는 가장 가까운 길은 어마무시한 산길을 통과하는 길이었던 것이다.

 타우포 호수를 빠져 나오면서 통가리로 쪽으로 길을 틀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하는데, 바로 앞도 보이지 않았다. 꼬불꼬불 오르막 길을 비상등을 켜고 시속 20km 정도로 달리는데, 옆은 갓길조차 없는 낭떨어지였다. 한낮인데도, 한밤처럼 주위가 깜깜해졌고, 가끔씩 마주오는 대형트럭은 우리차 옆을 스치듯이 지나갔다. 설상가상으로 도로에 물이 흐르기 시작해서, 차가 물에 떠 있는 듯 해서 브레이크도 잡을 수가 없었다. 온몸에 짜르르 전기가 흐르는 듯했다. 한 치만 핸들이 틀어져도 빗길에 미끌어져 낭떨어지로 떨어질 듯 했다. 그나마 오르막은 천천히 올라갈 수 있었는데, 내리막에서는 바퀴가 물위에 떠 있는 듯해서 브레이크를 잡을 때마다 머리털이 곧추서는 듯 했다. 코너에서도 최대한 브레이크를 사용하지 않으면서, 미친듯이 오가는 와이퍼 사이를 주시하며, 낯선 타국 땅에서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상상을  떨쳐내며, 하이빔을 켜고 달려드는 맞은편 트럭에 흔들리지 않으면서, 거대한 산에서 뿜어내는 음습한 기운에 휘둘리지 않으면서, 내려왔다. 내려오고 보니, 옆으로 편편한 도로가 보였다. 멀리 돌아도는 길이었지만, 마을 사이로 난 길이 있었던 것을 깨닫게 되자 다리에 힘이 풀렸다. 내려오자 마자 날이 개었다. 거짓말처럼.

 

Mt. Ngauruhoe(2287m, '응가우루호' 혹은 '나우루호에'으로 발음) 위로 무지개가 펼쳐진다.
길은 이렇게 아무 것도 없는, 아니 사람의 흔적이 없는 곳으로 끝없이 이어졌다. 
호텔 앞에서 잠깐 산책하면서, '나우로호이 산'을 봤더니, 분화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이 길이 '통가리로 노던 서티트' 길이다. 그리고 이 길을 걷다보면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길과 만나게 된다.
왼쪽에 살짝 '루아페후 산(2797m)'이 보인다. 그리고 오른쪽에 '통가리로 샤또 호텔'이 보인다. 이 호텔을 중심으로 많은 트래킹길이 시작되거나 끝난다. 
샤또 통가리로 호텔

 1929년에 지어진 이 유서 깊은 호텔은 통가리로 국립공원 화산 폭발의 산 증인이다. 1953년 루아페후 산 대폭발 때 화염에 가려진 이 호텔의 사진이 자료사진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통가리로 트래킹이나 겨울철 스키를 타려는 사람들이 묵는 호텔이다. 와카파파 빌리지 방문자 센터 근처에 있지만, 마을로부터 떨어져 황량한 화산지대에 우뚝 서 있다. 스키철에는 모르겠으나. 우리가 갔던 12월은 비시즌이어서 그런지 근처에 문을 연 식당도 없었다. 그야말로 아무 것도 없었다.

 체크인 후 리셉션에 내일 '통가리로 알파인 트래킹을 하고 싶다. 차량 예약 등을 알고 싶다' 라고 했더니, 뜻밖의 대답을 듣게 되었다. 물론 나의 듣기능력이 형편없어서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내일은 날씨가 안좋아서 다니는 차량은 없다. 화산지대라 날씨가 안좋으면 위험해서 트래킹은 안된다"

"그래도 꼭 하고 싶어요.ㅠㅠ  그것을 위해 여기까지 왔어요. 개인이 차를 가져갈 수 있나요?"라고 했더니,

"안된다. 위험하다. 주차도 안된다. 다만, 개인 가이드를 고용해서 갈 수는 있다. 그가 차량 및 안전, 점심까지 준비한다"

" 얼마인가요?"

" 30만원이다"

"................"

이게 무슨 황당한 시슈에이션이란 말인가?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   우리는 고민 끝에 조용히 물러났다. ㅠㅠ

그리고, 다음날 무작정 주차장까지 가보기로 한다.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작은 주차장이 있는데, 최대 4시간까지만 허용된다 하는데.... 어쩌지? 갓길에 무단 주차... 견인?  안되는 영어로 어떻게 차를 찾아오지? 통제하면 어떻게 하지? 머리가 복잡해진다. 

 

▶ 마오리의 전설이 깃든 통가리로 국립 공원 

  원래 폴리네시아인 중 하나인 '마오리아레족'은 약 600~800년경(혹은 1300년 경)에 카누(canoe)를 타고 뉴질랜드(마오이언어로 아로테아로아)에 왔다. 북섬의 이스트 곶(East Cape)에 있는 왕가파라오아(Whangaparaoa)에 처음 상륙한 뒤 전역으로 범위를 넓혔다. 

 그 후 타우포 호수 근처에 '나티투하레도아 Ngati Tuwharetoa'라는 마오리 부족이 살았다. 어느날 이 부족의 제사장 응가토로이랑기(Ngatoroirangi)가 통가리 지역을 갔다가 엄청난 눈보라를 만나 죽음의 위기에 처하게 되었다. 그는 그들의 신인 '하와이이키'에게 기도하였다. 그의 기도에 부응하여 '불'이 환태평양 조산대의 바다를 가로질러 건너왔고, 통가리의 화산에서 폭발했다. 그 열기로 제사장은 살게 되었고, 이후 통가리 일대는 신성한 땅이 되었다. 

 그 후 영국 이주민들이 들어오면서 이 땅은 백인들에게 빼앗길 위기에 처했다. 이에 1887년 부족장 '테헤우헤우투키노(Te Heuheu Tukino) 4세'가 통가리로의 땅을 국가(당시에는 영국 국왕)에 헌납했다. 그렇게 해서 이곳은 뉴질랜드 최초의 국립공원이 되었다. 이후 1990년 세계자연문화(화산지대) 유산에, 1993년 세계 문화유산(마오리 유적)에  등록되어 셰계 복합 문화유산이 되었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을 일렬로 관통하는 세 개의 화산

 

1. 루아페후 산 Mt. Ruapehu( 2,797m )

멀리서 본 모습

정상 분화구의 모습 ( 출처 : 위키 백과)

 통가리 일대의 산들은 '타우포 화산대'에 속한다. 1993년 고대 마오리 신앙지인 루아페후산과 나우루호산을 포함하여 세계유산 복합 유산으로 등록되어있다.

'루아페후 산'에는 세 개의 봉우리가 있는데, 그 중 타후랑기 봉(2,797m)이 북섬의 최고봉이다. 정상에 지름 1.5km의 분화구가 있으며, 여름에도 눈이 쌓이는 만년설이 있다. 루아페후는 마오리어로 '폭발하는 구멍'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1953년 대폭발 때 150명의 사상자를 내었다. 최근에도 1995년 1996년,  2007년에 분화하였다.

 

2. 나우로호에 산 Mt. Ngauruhoe (2,291m)

정상 분화구 모습( 출처 : 위키 백과)

원뿔 형상의  '나우루호에'는 2500년전 큰 폭발로 형성된 젊은 화산이다. '나우루호헤'는  '달궈진 돌 던지기'라는 말에서 유래했다고 한다. 1975년부터 20세기 후반까지 45회 분화했고, 1977년 이후 안정된 상태를 보이고 있다. 

최근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운명의 산(Mount Doom)'의 배경이 되었다고 해서 잘 알려져 있다. 

 

3. 통가리로 산 Mt. Tongariro(1,978m)

( 출처 : 위키 백과)

정상 분화구 모습( 출처 : 위키 백과)

'통가리로 산'은 높은 봉우리는 없고, 분화구가 12개인 거대한 화산산괴로 이루어져 있다. 1839년 이후 1975년까지 70번 이상 분화하고 있으며, 최근 2012년에 분화하였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3개의 화산과 통가리로 알파인 트로싱 루트

 

♣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Tongariro Alpine Crossing

파란색 선이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의 개념도이다.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은 총길이 19,4km, 6시간 20분 소요된다. 통가리로 국립공원에 있는 3개의 화산을 보며 걸을 수 있다. '망가테포포 주차장(해발 1,100m)'에서 시작할 경우, 마지막 서밋(1,900m)에서 오른쪽으로 '나우루호 산'을, 왼쪽에 '통가리 산'을 가로지르며 넘어가서 '에메랄드 호수'와 '블루호수'를 지나 '케테타이 주차장'으로 가는 길이다.  원래는 '통가리로 트래킹'이었는데,  트래킹이 어려워서 '고산'을 의미하는 '알파인'을 붙였다고 한다.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알파인'의 의미랑 근접하는 부분은 마지막 레드 크레이터를 지나 '에메랄드 호수'를 내려가는 길 정도만 날씨에 따라 위험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나머지 구간은 아주 평탄한 걷기 길이다. 

 1100m 고지에 있는 망카 테포포 주차장이다. 20여대 정도 주차시킬 수 있는 작은 주차장인데, 하루 최대 4시간까지 주차할 수 있다고 쓰여있다. 성수기에는 관리인이 지키고 있는지 모르겠으나, 우리가 갔을 때에는 관리인이 없었다. 여기가지 오는 길은  낮은 관목들만 있는 망망대로인데, 마땅히 주차할 공간은 없었다. 갓길없이 길만 닦아놓았기 때문이다. 

 우리는 '망가테포포 주차장'에서 에머랄드 호수까지 갔다가 다시 원점회귀하는 트래킹을 했다. 에머랄드 호수 넘어 케테타이 주차장까지 갔다가 다시 이곳에 오는 교통편이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보통 많은 사람들은 타우포 호수 숙소에서 여행사 차를 타고 와서 트래킹 후 픽업 서비스로 돌아간다고 하는데, 샤또 호텔에서는 그 차량이 비수기(혹은 날씨)여서 다니지 않는다고 했었다. 여러모로 의심스러운 샤또 통가리로 호텔이다. 

 

평탄한 길로 시작된다.
만년설이 쌓인 '루아페후 산 Mt. Ruapehu( 2797m'. )이 진행 방향 오른쪽으로 보인다.

물이 흐르고 있어 화산지대만이 갖는 식생을 보여준다. 

소다 스프링 Soda Spring. 주차장에서 1시간쯤 오르면, 우락부락한 화산 바위에서 떨어지는 폭포가 있는데,  소다처럼 시원하게 느껴진다. 볕도 좋아 간식먹기 좋은 곳이다. 주 도로에서 약간 떨어져 있어서 그냥 지나치기 쉽다.
소다 스프링. 작지만 이렇게 맑고 예쁜 폭포다. 먹을 수 있는 샘물일지는 모르지만, 주변에 아기자기한 식생이 있어서 평화롭게 쉴 만하다.
드넓은 땅에 변변하게 자라는 나무가 없다.
화산 쇄설물(火山碎屑物). 화산 쇄설물은 화산의 폭발에 의해 파쇄 방출된 바위 파편이다. 크기에 따라서 '화산재 < 화산진 < 화산력 < 화산암괴< 화산탄' 로 불리는데, '화산 암괴'의 경우는 지름이  64mm 이상 되는 것이다. 마그마가 부드러운 상태로 분출되면, 비행중이나 착륙 후에 특정한 외형이나 내부구조를 갖게 되는데, 이것을 화산탄이라고 한다. 화산재는 땅을 비옥하게 하는 순기능이 있다고 한다. 

출처 : 다음 백과 (천재교육)

화산 분출물

화산 활동으로 분출되는 화산 분출물에는 화산 가스(기체), 화산 쇄설물(고체), 용암(액체) 등이 있다.

화산 가스

화산 가스의 대부분은 수증기(70~90%)이며, 그 다음은 이산화탄소, 아황산가스이고, 미량의 수소, 황화수소, 일산화탄소, 유황, 염소 등이 포함되어 있다.

화산 쇄설물

화산 폭발에 의한 충격이나 화산 가스의 침식 등으로 부서져서 방출된 크고 작은 암편으로, 주로 크기에 따라 나뉜다.

출처 : 다음 백과 (천재교육)

 

화산 쇄설물 사이를 통과해서 올라간다. 이곳은 여러번의 화산폭발로 용암층과 화산 쇄설물이 시간을 두고 쌓인 형태이다. 
나우루호 산이 음습한 기운을 뿜어내서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 산이 영화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운명의 산'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한다.
습지를 보호하기도 하고, 걷기에 편안하도록 나무 다리로 길을 만들었다.
터석 Tussock. 아직도 암모니아 냄새나는 이곳에는 아무 식물이나 살 수 없다. 이런 척박한 환경에서 자라는 식물이라 전 국토가 화산지역이라 할 수 있는 뉴질랜드의 상징같은 식물이라고 한다. 이곳뿐만 아니라, 밀포드를 비롯한 화산으로 생성된 모든 지역에 두루 분포해 있다. 
오르막 산길이 시작된다. 제대로 된 나무 한 그루 없는 기괴한 산이다. 반지의 제왕 속 황폐한 풍경이 영화적 상상력인 줄 알았는데, 이곳에 와보니 이곳이 더 삭막하다. 마음까지 무거워지는 듯하다. 
그나마 낮은 관목과 이끼류에 꽃이 피어있어, 이곳에도 생명이 살아가고 있음을 증언하고 있다.
이곳의 날씨는 첫날 산길을 넘어 올 때 장엄하게 보여주었듯이, 하루에도 4계절이 있다. 비가 왔다가, 언제 그랬냐는 듯이 날이 화창해졌다가, 다시 매서운 바람이 불었다가, 또 거짓말처럼 따뜻한 햇살이.....
내 반지.... 골룸.... 내 절대 반지... 화산탄 위에서 골룸 흉내내기
뒤 돌아보니, 끝없이 펼쳐진 땅. 용암이 흘러간 곳이 아닐지?
화산 분화에 대한 설명과 비상시 위험에 대처 하라는 안내문이다
초원지대. 오직 터석만 자라고 있다.
드디어 화장실이.... 
거대한 분화구를 통과한다. 이 분화구가 끝나고, 마지막 오르막만 오르면 '레드클레이터 써밋'이다. 
좀처럼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 '나우루호 산'인데, 왼쪽에 붉은 분화구의 거대한 입이 모습을 살짝 드러내고 있다.

영화 '반지의 제왕'  <사진 출처 : 구글 >

여러모로 반지의 제왕이 생각나는 산이다.

분지(사우스  클레이터)의 끝. 오르는 방향으로 오른쪽에 있는 '나우루호 산'
저 광활한 땅을 가로질러 걸어왔다. 올라와보면 이곳이 분화구임을 확연하게 알 수 있다. 이곳에서 어느 시간대에서인가 붉은 불 기둥이 솟았을 것이다. 
사우스 클레이터를 올라왔다. 뒤에 보이는 산이 오르는 방향에서 왼쪽에 있는 것으로 보아 '통가리로 산'의 일부인 듯하다. 
사우스 클레이터를 올라와서 본 '나우로호에 산'. 구름 사이에 붉은 입이 살짝 보인다. 

사우스 크레이터를 올라와서 왼쪽 방향으로 오른다. 좁고 가파른 길이 계속되는데, 바람이 거칠게 불기 시작한다. 해발이 높아지면서 바람은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사납게 몰아친다. 한 발 잘못 디디면, 저 아래 구름 속 크레이터로 굴러 떨어질 것 같다. 빗방울이 바람에 날리기 시작한다. 

레드 크레이터 서밋. 
이곳이 정상임을 알려주는 돌무더기와 안내판 . 해발 1900m이다.

가까스로 써밋에 올라왔다. 아마 '통가리로 산' 중턱 쯤인듯 한데, 이 써밋을 넘어서 아래로 조금 더 내려가야 '에메랄드 호수'가 있다.  그런데 바람과의 사투끝에 장렬하게 쓰러져 있는 안내판을 보니 의욕이 꺾인다. 바람도 거칠지만, 자갈길이 몹시 미끄럽다. 내려가는 길 양쪽은 거대한 크레이터가 입을 벌리고 있는데, 붙잡을 난간 같은 것은 아예 없다. 진행 방향 왼쪽에 어마무시한 '레드 크레이터'가 있는데, 바람은 자꾸 그쪽으로 내 몸을 몰아 붙인다.  급경사의 내리막길 앞에서 잠시 망연자실한다. 바로 코 앞에 '에메랄드 호수'가 있는데.... 아쉽다. 잠시 기다려본다. 

 아, 그래도 내려가는 사람들이 있다. 아마 그들은 내려가야 차를 탈 수 있는 것이겠지만, 왠지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용기가 생긴다. 두 발에 잔뜩 힘을 주고 천천히 바람에 맞선다.

살짝 모습을 드러내는 '에메랄드 호수'
가까스로 머리를 수습하고 찍은 사진. 

나의 용기가 가상했는지, 잠시 바람이 구름을 쫓아낸다. 그때 드러난 세 개의 호수, 가까운 곳에서부터 '에메랄드 1', '에메랄드 2', '블랙' 호수 라고 한다. 호수의 주 광물질이 무엇이냐에 따라 햇빛에 반사되어 조금씩 다른 색깔을 보여준다고 한다. 경이롭다. 

해발 1900m에 펼쳐지는 에메랄드 빛 호수, 비록 구름에 쌓여 지옥의 입구같은 '레드 크레이터'는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이 신비한 호수를 본 것만으로도 벅찼다. 사실 아름다운 에메랄드 빛이었지만, 이미 화산 분출물로 뒤덮힌 산과 거칠고 황폐한 풍광만으로 이루어진 길에서 내내 어두운 풍경을 마주하였기에 이 '에메랄드'빛은 독극물의 빛으로 보였다. 아름다운 독극물의 빛, '통가리로 트래킹'이 완성되는 순간이었다. 

Red Crater. 레드 크레이터의 입구가 보이는 듯하다. 가끔 인명사고가 나는 곳이다.

<출처 :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 홈페이지 >

약 3000년 전에 생긴 붉은 분화구.  암석에 산화철이 있어서 붉은 색을 보인다. 

<사진 출처 :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 트랙 홈페이지 >

여러차례의 분화로 인한 퇴적물인 듯하다.

'에메랄드 호수' 에서 더 전진하면 거대한 '블루 호수'가 나오고, 끝없이 긴 길을 따라가면 '케테타이 주차장'이 나온다. 거기까지 가야 '통가리로 알파인 크로싱'이 끝나는 것이지만, 우리는 여기에서 다시 '망가테포포 주차장'으로 돌아가기로 한다. 차량 때문이지만, 이 트래킹의 실질적인 부분은 '에메랄드 호수' 까지라고 생각되기에 미련없이 돌아선다. 그러나.... 다시 올라가는 저 길은... 한 눈 팔지 않고 천천히 땅 바닥만 보고 두발을 굳건하게 버티면서 걷는 수밖에 없다. 

써밋을 벗어나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온화한 날씨다.

 

▶ 그래도 피어나는 꽃

 

▶ 관광 안내소

통가리로 국립공원의 3개의 화산과 통가리로 알파인 트로싱 루트
통가리로 국립공원 안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