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9 스위스

몽트뢰 , 브베(2019.8.10.토) - 프레리 머큐리 동상, 시옹성, 라보와이너리, 라보 와인 축제

여름숲2 2020. 9. 1. 22:43

♣ 몽트뢰 Montreux와 호반 산책로 - 프레디 머큐리 동상

 1962년 3개의 휴양 지역 자치체인 르샤틀라르몽트뢰· 레플랑쉬몽트뢰·베이토몽트뢰가 합쳐져 이루어졌다. 제네바 호의 동쪽 호안을 따라 6㎞에 걸쳐 있다. 산 아래에 있어 북풍· 동풍으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는 자연적 입지 덕분에 이곳은 호수 주변에서 가장 현대적인 보양지가 되었다. 
 근처에 있는 시옹 성은 바이런 경의 시 〈시옹의 죄수 Prisoner of Chillon〉로 유명해진 곳으로 스위스에서 가장 잘 알려진 건축물 중의 하나이다. 
 이 도시는 생플롱 터널을 통해 제네바와 프랑스로부터 이탈리아로 가는 철도를 끼고 있으며, 또한 산간철도의 종점이기도 하다. 관광업이 중요한 반면, 고도가 높은 계단식 대지에 있는 코·셰르네·글리옹·샹비·레자방 같은 마을들은 주로 농업과 포도재배업에 의존하고 있다.
                                                     * 다음 백과 

레만호가 보이는 숙소 앞 풍경

숱한 전설을 품고 있는 레만호의 새벽, 어슴프레한 여명이 밝아올 무렵 눈이 떠졌다. 그래, 호수를 따라 산책해 보는거야.~

몽트뢰 호반 산책로.

 호수를 향해 산에서 내려온 아침 공기가 상쾌하다. 레만호를 따라서 이런 산책로가 이어진다. 산책로 주변으로 호텔과 식당들이 들어서 있고, 곳곳에 기념 조형물이 있으며, 다양한 꽃과 나무가 심어져 있다. 레만 호수 쪽을 바라보면, 멀리 알프스의 산자락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이른 아침이라 유람선은 떠 있지 않았지만, 그 주변을 탐색하는 새들과 산책나온 부지런한 사람들을 만난다. 맞은 편 레만호 어디쯤이 제네바라고 하니, 이 호수를 경계로 스위스와 프랑스가 나뉘는 셈이다. 그 끝이 보이지 않으니, 호수라는 것이 믿어지지 않는 엄청난 크기이다. 
 오늘은 머큐리 동상이 있는 광장까지 걷겠지만, 언젠가 기회가 된다면, 자전거로 이 레만호를 한바퀴 돌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다.

보트가 정박해 있다. 호수 건너 보이는 산자락이 골격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끝이 보이지 않는 호수 저쪽이 프랑스 땅일지 가늠해보지만 까마득한 거리다.  저 호수 건너는 고사하고, 멀리 보이는 호텔쪽으로 난 머큐리 광장까지 걷는 일도 생각보다 힘들다.

그래도 형형색색이 꽃이 우릴 반갑게 맞는다.

이곳은 하늘과 산과 호수를 배경으로 꽃이 주인공이다.

 

 

▶프레디 머큐리 Freddie Mercury

출생1946년 9월 5일, 잔지바르 스톤 타운 
사망1991년 11월 24일, 영국 켄싱턴 
  영국 록 밴드 퀸의 리드 싱어이자 프론트 맨. 4옥타브를 넘나드는 화려한 보컬과 공연에서군중을 사로잡는 쇼맨십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았다. <킬러 퀸>, <보헤미안 랩소디>, <러브 오브 마이 라이프>, <섬바디 투 러브>, <돈 스탑 미 나우> 등 퀸의 히트곡 다수를 작사·작곡했다. 1991년 11월 에이즈 합병증으로 인해 사망했고, 사후 2004년 영국 음악 명예의 전당에 헌액되었다. 
                 * 다음 백과 

 40여분쯤 걸었을까? 드디어 전설의 로커 프레디 머큐리 동상이 보인다.  최근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를 보고 온지라 그의 노래가 귓가에 선명하게 울린다. 저절로 몸이 들썩이며 나도 모르게 몸이 뜨거워진다. 

프레디 머큐리가 사랑했던 도시 '몽트뢰'.  상처받고 고통받은 영혼이 이곳에서 위로를 받고 , 이곳에서 곡을 쓰고 녹음도 했다 하니, 곳곳이 다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일년 내내 눈부신 햇살과 탁 트인 호수가 주는 밝은 기운이 그를 위로했을 터이지만, 이곳 사람들의 순박한 마음씀 또한 그를 편안하게 했을 것이다.

  그는 몽트뢰 퀸 소유의 녹음 스튜디오에서 그의 마지막 앨범 'Made in Heaven'을 녹음했다고 한다.  이 앨범 자켓을 장식하고 있는 것이 바로 레만 호수를 바라보며 손을 번쩍 들고 있는 이 프레디 머큐리의 모습이라고 한다.  그것에 대한 오마주로 1996년 조각가 이레나 세드레카(Irena Sedlevka)가 3m 높이의 이 조각상을 만들었다.  그후 퀸의 팬들이나 관광객들이나 한결같이 그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꽃을 갖다 놓는다.

 

프레디머큐리 동상 뒤쪽 모습. 주차장이 저 건물 지하에 있다

왼쪽 빨간 부스가 아래 설치미술 작품이고, 그 옆에 원형 무대가 있어 많은 사람들의 휴식처가 되고 있다. 중앙에서 오른쪽으로 머큐리의 동상이 보인다. 

 

 

◈ 시옹성 Chateau de Chillon

 

 

  몽트뢰에서 3km 정도 떨어진 레만 호수의 동쪽 끝부분에 자리하고 있는 작은 바위섬이자 중세의 성. 마치 호수 위에 떠 있는 것처럼 인상적이고 신비롭다. 기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9세기경 알프스를 넘어오는 상인들에게 통행세를 징수하기 위해 처음 세워졌다고 한다. 12세기에는 이 지역에서 위세를 떨치던 사보이(Savoy) 가문이 이 성을 사들여 개축, 증축하면서 14세기에 이르러 현재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16세기에 종교개혁을 추진하려고 했던 제네바 수도원장 보니바르(Bonivard)가 사보이 공국의 왕에게 포로로 잡혀 1530년부터 시옹 성의 지하 감옥에 갇히게 되었다. 베른 군대의 침공으로 1536년 감옥에서 풀려나기까지 보니바르는 6년가 지하 감옥의 입구에서 다섯번 째 기둥에 사슬로 묶여 지냈다.  19세기에 이 성을 방문하여 보니바르이 이야기를 들은 영국의 시인 바이런(Lord Byron)이 '시옹의 죄수( The Prisoner Of Chillon, 1816) 라는 서사시를 지어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지하 감옥 입구에서 세 번째 기둥에는 바이런의 서명이 남아 있어 그때의 역사를 말해준다.  성 내부는 중세의 모습을 잘 보존하고 있으며 4개의 큰 홀과 3개의 안뜰, 중세 시대 실제의 원형대로 보존된 다양한 방을 구경할 수있다. 가장 오래된 방 중에서 카메라 도미니는 사보이 공작의 방인데, 14세기의 중세 벽화로 장식되어 있어 인상적이다.                       
                                             * 'Just go  스위스'에서 발췌

  

 시옹성은 마치 레만호에 떠있는 것처럼 보인다. 작은 곶에 세워졌기 때문에 떨어진 호수에서 보면 한폭의 그림같은 모습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매혹시킨다. 특히 석양에 보면 아름답다고 한다. 

 멀리서 성을 바라보면, 공주가 등장하는 그 어떤 전설도 어울릴 만큼 낭만적인 모습인데, 레만호를 알프스쪽에서 오는 사람들에게 세금을 징수하기 위해 세워졌다든지, 비판적인 지식인을 가두는 감옥으로 사용되었다든지 하는 사실에 접하면, 보이는 것과 실체적 진실과의 괴리에 당황하게 된다.

 이곳 몽트뢰는 스위스 땅이지만, 호수 건너는 프랑스 땅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은 프랑스말이 흔하게 쓰이고, 유로화도 함께 쓰여 프랑스 땅인가 하는 착각도 생긴다.  레만호가 국경인 셈인데, 그런 경계가 없었을 옛날에는 지방 영주들의 땅이었을 것이다.  레만호를 건너오는 사람들에게 통과세를 받는 영주를 생각하니, 옛날 우리나라 산길을 지나갈 때 갑자기 나타나서 통행세를 걷는 산도적들이 생각난다. ㅎㅎ 

 

모형. 

 

 

 

♣ 브베 Vevey

 

◈ 라보 와이너리 Terrasses de Lavaux

 

 라보 Lavaux 지구는 보(Vaud) 주의 레만호수를 따라 무려 30km나 뻗어 있는 830ha의 계단식 포도 재배 지역이다. 대략 로잔에서 몽트뢰까지 걸쳐 있으며 호수로부터 500m 높이의 언덕으로 브베와 함께 6곳의 호반 마을을 포함하는 구역이다. 고대 로마시절부터 이 지역에 포도나무가 재배되었다는 증거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포도나무가 재배된 시기는 베네딕트와 시토 수도회가 이 지역을 다스리던 11세기부터하고 간주된다. 라보 지구는 온화한 기후와 햇살을 잘 받는 남향의 언덕에 있어 포도를 재배하기에 최적의 지리적 조건을 갖췄다. 이곳에서 재배되는 주된 품종은 화이트 와인 품종 중 최고로 인정받는 샤슬라(Chasselas)다.
 2007년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라보 포도 재배 지역은 칸톤(주)의 법에 의해 개발로부터 보호받고 있다. 이곳에는 다양한 하이킹 루트가 있어 도보 여행자들과 와인 애호가들의 발길이 늘고 있다.
                                   * 'Just go  스위스'에서 발췌

  

 스위스 여행을 떠나오기 전에 2019년이 이곳 브베에서 20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와인축제(와인 장인의 축제)의 해라고 들었다.  여행 일정을 그 기간에 맞추며, 색다른 외국의 축제를 즐길 생각에, 아니 그보다는 온갖 종류의 와인을 마실 마음에 한껏 들떴었다. 일단 와이너리부터 가 보기로 했다.

 날은 티없이 화창했으며, 계단식 와인너리 포도밭은 한 여름의 초록으로 생생하게 빛났다.  포도밭 앞에 펼쳐진 레만호조차 포도밭에 질세라 쪽빛으로 빛났으며, 끝없이 펼쳐지는 와이너리와 사이사이 끼어있는 집들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처음엔 하이킹을 생각했으나, 이 땡볕에 그늘 하나 없는 언덕길을 걸어 올라가는 것은 말이 안되는 일이었으므로 깨끗하게 접고, 자동차로 와이너리를 찾아가기로 했다.

 

이런 마을길을 자동차로 올라간다.

 

 

▶ 도멘느 보비 Domane Bovy

왼쪽은 마을 길이고, 오른쪽이 우리가 찾아간 와이너리이다. 언덕  중간 쯤에 위치하고 있어 이곳에서 보는 풍광이 일품이다. 라보 와이너리를 전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데,  햇살에 반짝이는 연초록의 와이너리가 시원하게 펼쳐진 가운데, 레만호와 알프스 산자락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세상 모든 시름이 다 잊혀진다. 강바람이 예까지 불어오면, 와인을 입에 머금고 눈물나게 아름다운 풍경에 마음을 내주면 된다.  

 

주인 '보비'씨가 와인 창고를 안내한다. '보비'씨의 할아버지가 화가여서, 와인 통마다 그림을 그려넣었다고 한다. 그림이 술맛을 더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우리도 이렇게 앉아서, 넋을 잃고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빠져 들었는데, 점점 몽롱해지는 것이 풍광에 매료된 탓인지 화이트 와인의 맛에 빠져든 탓인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풍경이 추억을 소환하고, 달콤한 와인이 그리움과 함께 와서 모든 아름다운 것들이 뒤섞여지며 애잔해졌다. 

 

 

 

 

 

 

▶ 라보 비노라마 Lavaux Vinorama

 다음으로 간 곳은 언덕을 내려와 길가에 있는 '세계 문화 유산 포도밭 방문자 센터'이다. 사진 아래 주차장 있는 곳 왼쪽에 위치해 있는데, 이처럼 계단을 이용해지은 건물이라 실내가 어둡다. 이곳에서는 와인의 시음과 판매 및 홍보 비디오 상영을 하고 있다고 하는데, 우리는 이미 위에서 실제 와이너리를 충분히 보고 왔으므로 바로 나왔다. 그리고, 이 와인너리 뒷편으로 난 산책길을 따라 걸었는데, 산책길이 포도밭 사이로 나 있어서 퍽 즐거웠다. 

 청포도가 '주절이 주절이' 익어가고 있었다.  '내가 바라는 손님을 위해 하얀 모시 수건'을 준비해야 하나 하는 말도 안되는 생각을 하다가, 이 포도로 만드는 와인이니 화이트 와인이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와인은  화이트 와인인 '샤슬라(Chasselas)' 라고 한다.  그리고, 스위스는 와인을 수출하지 않고 전량 자국에서 소비하기 때문에 외국에서는 맛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러니 더 와인 생각이 나기도 하고, 포도밭 근처에 관광객들이 다니는 것이 포도에게 조심스러워 그만 내려왔다.

 

 

 

♠ 라보 와이너리 축제

 

  브베는 대략 20년마다 한 번씩 세계적인 와인 장인의 축제( Fete des Vignerons) 가 열리는 곳이다. 이 축제는 와인장인협회에 의해 1797년 처음 시작되었다고 한다. 와인과 관련된 다양한 행사와 공연이 그랑드 플라스 광장에서 펼쳐진다. 

  20년마다 열린다는 축제라고 해서 엄청 기대했는데, 준비없이 와서는 안되는 곳이었다. ㅠㅠ  하긴, 우리나라에서도 축제라면, 일부러 피해다니는 사람이 외국에서 축제에 참여하려고 한 것부터가 말이 안되는 일이었다. 남들은 축제 장터의 각설이 마당에서 흥겨움을 느끼는데, 나 약한 '공항장애'가 오는데 뭘 ~~ 

(난 사람들이 빽빽히 밀집해 있거나 소음이 한계치를 넘을 때 공포를 느끼고 식은 땀이 난다. 인도에서 처음 겪은 후 가끔 그런 증세가 나타난다)

  우린 기대를 안고 우선  그랑드 플라스 Grande Place 광장을 향해 갔다. 엄청난 사람들.... 거리를 가득 메운 사람들에  휩쓸려 순식간에 일행을 잃어버리기 시작했다.  잠깐 눈 돌리면 없어지는 친구들, 거리가 시끄러워서 전화벨 소리를 못듣는 친구들, 한 친구를 찾으면, 다른 친구가 없어지고....내 핸드폰은 방전되기까지 하고....  겨우 찾아서 길거리 음식이라도 즐길라치면, 예의 그 사람들을 헤치고 들어가서 주문할 엄두도,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와인을 주문하고 그새 없어진 친구를 찾아올 정신도 없었다. 그나마 뭔가 즐길 거리가 있다면 각 지역 사람들의 퍼레이드인데, 그나마도 시간을 맞추지 못해 놓치는 불운의 연속이었다.

 게다가 이 축제의 볼거리는 사전 예약을 통해 행사장에서만 열리는데, 우리는 아무런 예약도 하지 않고 왔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축제를 즐기려는 생각은 터무니없는 욕심임이 드러났다. 이런 축제는 며칠 시간을 가지고 미리 공연들을 예약하고 와야 하는 것이었다. 거기다가 언어와 문화 장벽이 없어야 온전히 즐길 수 있는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도, 난 이 축제에서 새로운 생각을 갖게 되었다. 

  이 축제는 이 동네 마을에서 그동안 만든 와인을 가지고 와서 경쟁도 하고, 마을 전통 복장을 차려 입고 음악 연주나 행진 등을 하며 뽐내거나, 자신들이 만든 와인을 판매하고 홍보하는 행사인 듯 했다. 행사에 직접 참여하지 않는 사람들은 나름대로 선정한 전통 복장이나 전설 등에서 따온 복장으로 코스프레하고 친구들과 어울려 다니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이런 축제라면 으레 젊은이들이 주축이 되어서 밤늦도록 먹고 마시며 소비하는 행위라고 생각했었는데, 여기에서는 다른 모습이 보였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모두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즐기고 있었다. 특히 60이 훌쩍 넘어보이는 할머니들이 최선을 다해 코스프레하고 다니는 것은 거의 감동적이었다. 나이에 얽매임없이 '내 삶의 주인공은 나다' 하며 즐기는 모습이 걸핏하면 뒤로 물러서려고 하는 나를 꾸짖는 것 같았다. 

 지금이 내 인생에서 가장 젊은 나이!  나는 마지막까지 내 삶을 즐긴다! 

 그들이 내게 전한 메시지다.

 

할머니의 모습이 너무 고와서 사진을 찍었다. 어쩜 저렇게 고운 치마를 입었을까? 푸른 하늘이 그려진 상의에 별과  달과 행성이 그려진 푸른 치마를 입고, 노란 구두를 신은 할머니는 금방이라고 지팡이를 타고 달나라로 날아갈 것만 같았다.

 

알프스의 고운 소녀들. 

 

개구장이 친구들. 양말을 서로 한짝씩 바꿔 신었나? 스위스 전통 문장인 듯 하다. 왼쪽 깃발에는 포도가 그려져 있다.

 

 

▶ 브베의 호반 산책로 - 챨리 체플린과 네슬레(nestle)

 

  브베는 몽트뢰에서 멀지않은 레만(Leman) 호수의 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와이너리 축제가 열리는 이곳 그랑드 플라스 광장 인근에서 친구들을 잃었다 찾았다를 반복하며 산책로를 따라 쭉 걷다 보니 작은 광장이 나왔다. 바다 쪽에는 그 유명한 네슬레의 포크가 있었고, 바로 맞은편 공원에서는 챨리 채플린이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었다. 친구들을 찾느라, 혹은 친구들이 나를 찾느라 이미 지칠대로 지쳤지만, 챨리 채플린과 네슬레의 포크를 보는 순간 왠지 모르게 모든 게 눈 녹듯 사라지고 가슴속에 기쁨이 차 올랐다. 마치 이것을 보기 위해 여기까지 온 것처럼. 

 

  사랑하는 챨리. '키드' 를 보면서 구두를 삶아서 나이프와 포크로 우아하게 썰던 모습에 매료되었고,  이불에 구멍을 내어 옷으로 입던 그 모습에 웃다, 뒤뚱대며 지팡이를 짚고 퇴장하던 모습에 울었던 나의 채플린. 그가 여기에 있었다.  그의 트레이드 마크인 중절모와 콧수염, 지팡이를 장착하고, 턱시도를 입은 모습은 생각보다 작고 사랑스러웠다. 그는 이 작은 마을을 너무나 사랑해서 이곳에서 24년을 살았으며, 죽어서도 아내와 함께 이곳에 묻혔다고 한다. 이 작고 가난하고 외로웠을, 그러나 놀라운 상상력으로 때로는 자본주의 현실을 실랄하게 비판하고, 때로는 따뜻한 인간애로 모두의 가슴에 눈물을 뿌렸던 이 남자를 따뜻하게 품어준 브베가 비로서 생생하게 다가왔다. 

 이 레만호는 이해받지 못하는 사람들, 시대와 불화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숨쉴 공간을 내어주었구나. 그가 공산주의자이든, 동성애자이든 가리지 않고 이곳에서만은 평화를 얻을 수 있게 한 레만호가 눈 앞에 펼쳐졌다. 나는 멍하니 앉아서, 아직도 못찾은 친구는 잊어버리고, 레만호가 나에게도 평화를 나눠주는 시간을 즐겼다. 

 

호수에 꽂혀 있는 이 거대한 포크는 세계적인 기업 네슬레가 설치한 것이다.  이 포크는 맞은 편에 있는 챨리 채플린 동상 뒤쪽에 세운 '알리멘타리움'이라 불리는 세계 최초 식량 박물관의 상징이라고 한다.  이 박물관은 구매, 요리, 먹기, 소화라는 주제로 상설 전시를 하고 있으며, 다양한 쌍방향 체험 관람 설비를 갖추고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