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9 스위스

그린델발트 1(2019.8.15. 목) - 융프라우

여름숲2 2020. 8. 30. 14:33

♣ 그린델발트

그린델발트 빙하 마을, Grindelwald
아이거 산중턱에 자리하고 있는 해발 1,034m의 아름다운 전원 마을 그린델발트는 마을 가까이까지 빙하가 내려왔다고 해서 빙하 마을이라고도 불린다. 하지만 현재는 빙하가 남아 있지 않고 빙하가 만들어 놓은 계곡만 흔적으로 남아 있을 뿐이다. 융프라우요흐로 가는 등산 열차의 환승역이자 피르스트 하이킹의 거점이기도 한 그린델발트는 베르너 오버란트 지역에서 인터라켄을 제외한 전원 마을 중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이다.

 사진 중앙에서 왼쪽 아이거 북벽 아래에 있는 마을이다.  3개의 거대한 봉우리(베테호른, 메텐베르크, 아이거) 아래 있는 마을로 2개의 빙하에서 흐르는 물이 마을 어귀까지 흐르고 있다. 그린델벨트도 '빙하마을'이란 뜻이라고 한다. 인터라켄에서 융프라우 올라가는 중간에 있으며, 피르스트를 비롯한 각종 트래킹과 패러글라이딩 등의 엑티비티 활동의 기점이다. 

 보통의 관광객들은 융프라우 관광을 위해서 인터라켄에 숙소를 잡지만, 스위스 알프스의 자연에 좀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느끼고 싶어서 이곳에 숙소를 정했다.

 

그린델벨트 중심가에서 10분 정도 더 올라가서 우리의 숙소가 있었는데, 숙소아래로 이렇게 그림같이 아름다운 마을이 펼쳐진다. 압도적으로 거대한 3개의 봉우리가 눈 앞에 딱 버티고 서 있다

 

우리 숙소.  창문을 열면, 알고 있었는데도 코앞에 얼굴을 들이미는 거대한 암벽에 '헉' 하고 놀란다.

 

아파트 거실 앞 테라스에서 석양이 질 무렵, 산이 붉게 물들어가느 모습을 바라본다.

그저 아이거 북벽만 바라보고 있어도 배가 부르다. 깜깜해져서 아무것도 안보일 때까지, 낯선 별들이 하나 둘 자리잡을 때까지 오래도록 테라스에 앉아 있었다. 

아침에 일찍 일어난 친구가 지붕 창문을 열고 '까꿍' 놀이를 한다. 여기저기서 알프스의 하이디가 튀어나올 것 같은 분위기다. 

우리가 묵은 숙소는 스위스 전통가옥인 살레의 구조를 가진 호텔이다.  '살레'란 프랑스어로  '산에 지은 오두막'이라는 뜻이라고 하는데, 이곳 그린델발트의 대부분의 호텔 겉모습이 살레이다. 집의 테라스에 예쁜 꽃들로 장식한 것이 특징이다.  다락방 같은 낭만적 구조를 경험할 수 있는 매력도 있다. 

 

거실 테라스에서 보이는 풍경

그린델발트 역까지는 10여분 걸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예쁜 길을 걷게 된다. 

너무 신이 나서 아이거 북벽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아이거 북벽 위로 패러글러이딩 하는 모습이 보인다. 

예쁜 스위스 전통 주택 '살레' 대부분 호텔로 사용하고 있다.

그린델벨트 역 주변으로 식당, 슈퍼, 상점 등이 있다. 

아이거 북벽에 걸친 쌍무지개.

피르스트 행 케이블카 승강장.

 

 

♣ 융프라우 Jungfrau 

융프라우 Jungfrau , 4158m


라우터브루넨 계곡에 우뚝 솟아 있으며 호반도시인 인터라켄에서 남남동쪽으로 18㎞ 떨어져 있다. 베른알프스 산맥에 속하는 경치가 아름다운 산으로 베른 주와 발레 주를 나누며 그중 다른 두 봉우리들인 핀스터아르호른과 알레치호른은 융프라우의 높이를 능가한다.1811년 동쪽, 즉 발레 쪽에서 두 스위스인 형제 루돌프 마이어와 히에로니무스 마이어가 처음으로 등반했고, 1865년에 비로소 어려운 서쪽, 즉 인터라켄 쪽에서 두 영국인들이 처음으로 산에 올랐다. 1927년에 두 전문등산가가 남쪽에서 등반했다.유럽의 가장 높은 철도 중 하나인 융프라우 철도(1896~1912 건설)는 아이거와 묀히 산허리를 지나 묀히융프라우 사이의 고갯길(3,944m)인 융프라우요크까지 길이가 약 7㎞ 되는 터널을 통과한다.

                                                                  * 다음 백과

 

 'Top of Europe' , 스위스 3대 미봉(몽블랑, 마테호른, 융프라우)의 마지막인 융프라우 전망대에 오르는 날이다.  '융프라우'는 이 동네 대장 봉우리로 해발 4158m 이고, '융프라우요흐 Jungfaujoch'는 묀히 (4107m)와  융프라운우 봉우리 사이에 놓인  고개이다. 이 융프라우요흐와 알레치 빙하는 유네스코 세계 자연 유산으로 선정되었다. 우리가 가려는 곳은 바로 이 융프라우요흐이다.  빨간색 톱니바퀴 기차(융프라우 JB)를 타고 융프라우요흐 역(3454m)에 하차하여 스핑스 전망대( 해발 3571m)에 오르게 된다. 관광 후 철도를 타고 내려오다 클레이네샤이텍에 하차하여 '파노라마 트래킹'이라 불리우는 코스를 트래킹할 계획이다.

  인간의 수많은 도전 중에서도  Top이라 할만한 이 융프라우요흐 철도는 1912년 스위스 '철도의 왕'이라 불리는 '아돌프 구에르 첼러'에 의해 아이거와 뮌히의 암벽을 뚫어 융프라우 바로 밑까지 철도를 건설하여 100년이 넘도록 운행하고 있다. 상상이 현실이 되는 것을 보는 기분이다. 누구는 내려와야 하는 것을 알면서도 빙벽에 피켈을 박으며 한 걸음씩 오르고, 누구는 불가능해 보이는 빙벽에 구멍을 뚫어 철도를 놓는 것인지, 그 둘의 차이는 무엇인지 궁금해진다.  보기만 해도 기가 질리는 저 거대한 빙벽을 뚫고 철로를 만들 생각을 한 것은 낭만적인 자본가의 꿈이며, 꿈을 현실로 만든 자본의 힘이라고 생각해본다. 

 

* 오늘의 트래킹 계획
 그린델발트→클레이네샤이텍(33분,환승)→ 스핑스Sphinx 전망대(35분,3571m)→ 정상 관람  →클레이네샤이텍 →알피글렌 역까지 트래킹(34번 코스, 2시간 10분) → 산악열차로 그린델발트 귀환(15분)

 

 

 

융프라우 올라가는 기차와 흔한 스위스 창밖 풍경

 

 

▶ 스핑스 전망대 테라스 Sphinx Terrace, 3571m

 

 이곳이 융프라우 일반 관광에서 가장 높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다. 융프라우요흐 역에서 초고속 엘레베이터를 타고 108m를 더 올라간다.  이곳에는 유럽 최초의 전망대, 천문대와 기상 연구소, 라디오 중계국 등이 설치되어 있다. 전망동에는 유리로 된 실내 전망 홀과 옥외 전망대가 있어 360도로 펼쳐지는 알프스 산군들을 감상할 수 있다. 특히  융프라우, 뮌히, 아이거의 봉우리들과 길이 22km로 알프스에서 가장 긴 알레취 빙하를 볼 수 있다. 

 

높은 곳이라 쾌청한 날씨는 힘들고, 구름이 꼈다 갰다를 반복하는 사이 언뜻 언뜻 보이는 장쾌한 경치만으로도 감동적이다. 

왼쪽이 스핑크스 전망대 (동신항운에서 사진 가져왔습니다). 

사진에는 안 보이지만,  이 사진 오른쪽으로는 융프라우(4158m), 로탈호른(3969m), 왼쪽으로는 묀히(4107m) 봉우리가 있다. 사진 가운데 강처럼 흐르는 빙하가 총길이 22km의 유럽에서 가장 긴 알레치 빙하(Aletsch Gietsche)이다. 빙하의 두께는 900m에 이른다. 알레치 빙하는 6만년 전쯤에 형성되었으며, 얼고 녹고를 반복하면서 이동해왔다. 매일 평균 34cm를 움직인다고 한다. 현재는 원래 넓이의 3분의 1로 줄어든 상태라고 한다. 지구 온난화에 따라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한다. 

 

새가 알레치 빙하를 날고 있다. 까마귀다.

 

 

▶ 얼음 궁전 Eispalast

 

 1934년 산악 가이드에 의해 만들어진 얼음 궁전은 알레치 빙하 지하 20m에 위치하고 있다. 얼음을 깎아 만든 각종 조형물들이 전시되어 있다. 빙하가 매년 50cm 씩 움직이고 있고, 사람들의 체온과 입김 때문에 전문가들이 계속 보수하면서 영하 3도를 유지한다고 한다.

 

알레취 빙하를 깎아 만든 얼음 궁전은 수천 년 동안 겹겹이 쌓인 빙하의 속살을 볼 수 있다. 그러나 미끄러워서 자칫하면, 이런 참사가 발생한다. 게다가 여기에서부터는 고산증이 오기 시작해서 숨쉬기가 어려워진다. 천천히 걷고, 가끔 물을 마셔주면서, 컨디션 조절을 잘해야 한다.  얼음 궁전을 따라 나가면 고원지대에 도착하게 된다. 

 

 

▶ 플라토 전망 테라스 Plateau

 

 '고원지대'라고도 하는데, 직접 알프스의 만년설을 밟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감격적이다. 날이 맑은 날에는 스핑스 전망동도 보이고, 묀히와 융프라우도 잘 보인다고 한다. 우리가 갔을 때는 또 구름에....  3대에 덕을 쌓아야 한다는데, 조상님들이......   내 세대라도 열심히 살아야겠다고 생각했으나ㅠㅠ

  설원 한 가운데에  1912년 철도 개통과 함께 세운 스위스 국기가 있다.

 

칼바람이 분다. 날씬한 사람은 저 멀리 알레츠 빙하로 날아갈지도 모른다며, 살찌길 잘했다고 서로 위로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바람이 엄청나게 불고 있어서 국기를 잡고 있어야 했다. 그리고 8월 한 여름인데도 엄청나게 추워서 오래 있을 수 없다. 

 

뒤에 보이는 산이 융프라우라고 한다.

 

 

클레이네샤이텍 →알피글렌 역까지 트래킹(34번 코스)

 

 융프라우 기차를 타고 클레이네 샤이텍에서 내려 34번 코스로 알려진 '파노라마' 트래킹을 하기로 한다. 내리막의 쉬운 길인데, 아이거 북벽을 보면서 걷는 길이고, 알프츠의 아름다운 목초지를 볼 수 있다고 해서 선택한 길이었다. 그런데, 이날 무릎이 아파서 엄청 고생한 친구가 있었다. 모든 트래킹이 끝났는데, 내리막이 아니라 오르막 길을 걸었으면 좋았겠다고 말해서, 무척 미안했었다. 내리막길의 장점은 쉽다는 것이지만, 무릎에 무리가 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오르막 길과 적당히 섞어서 트래킹 계획을 짤 필요가 있다. 

 

클레이네샤이텍 역, 이 역의 뒤쪽으로 돌아 나가면 트래킹 길이 보인다.

 

출발 지점이다. 

* 아이거 북벽 이야기 

 알프스에는 3대 북벽이 있다. '마터호른, 그랑드조라스, 아이거' 인데, 그 중에서 아이거 북벽이 가장 높고 험하다. 산 자체는 알프스 다른 산들에 비해 낮은 3970m에 불과하지만, 직벽만의 높이가 1800m에 달하고, 험해서 일명 '죽음의 벽'으로 불린다. 거의 60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하니, 가장 사상자가 많은 곳이다. 1938년 초등이 이루어진 후 현재까지 30여개의 등반 루트가 있다. 우리나라 산악인도 5명이 등반 했다고 한다. 초등할 때는 비박하며 올랐다는데, 최근에는  2시간 30여분만에 올랐다는 기록이 있다. 주로 낙석이 적은 겨울에 등반이 이루어진다. 
 초등은 독일인 안데르 헤크마이어와 루크비히 뵈르크, 오스트리아인 프리츠 카스파레크와 하인리히 하러로 이루어진 연합 등정팀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후 이들은 책을 냈는데, 그중 하인리히 하러가 쓴 '하얀 거미'가 유명하다. 북벽을 오르기 위해서 반드시 거쳐가는 얼음코스인데 흡사 거미가 붙은 모양이라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나라에도 출판되었었는데, 지금은 구하기가 어렵다. 수많은 산악인들이 이 '하얀거미'를 제본해서 가슴에 품고 잤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책이다. 또 유명한 등산 메이커 '노스페이스'가 이 아이거 북벽이다.  영화 '티벳에서의 7년'은 '하얀거미'를 쓴 하인리히 하러의 이야기이다. 이렇듯 아이거 북벽과 관련해서는 가슴 설레는 이야기가 무궁무진하다. 

 

너무나 평화로워서 모든 긴장된 마음의 끈이 다 풀려버렸다.  야생화 핀 풀밭에 뒹굴면서 별 것도 아닌 것에 까르르 웃음을 터트렸다. 

 

 그리운 순간들이다. 함께 여행하고 같은 것을 보고 경험하면서 그 순간 서로의 마음이 오고 갔으니, 모든 행복한 시간들은 다 다르게 오겠지만 분명 함께 오기도 한 듯 하다.  행복한  마음으로 멈춰버린 시간의 한 장면이다. 

 또 어느 길에서 이러한 시간이 있을까?  그때도 눈물나게 아름다운 순간을 알아채고 온 몸으로 느끼고 마음 속에 간직할 수 있을까? 

행복한 길이 끝나고, 알피글렌 역에 도착했다. 작은 간이역에서 트래킹을 마감하고 그린델발트로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