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9 스위스

그린델발트 2(2019,8.16. 금) - 휘르스트 First

여름숲2 2020. 8. 30. 17:26

 피르스트는  슈바르츠호른(Schwarzhorn, 2928m) 아래 해발 2,168m에 있는 전망대다. 이곳은 그린델발트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손쉽게 갈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호수를 낀 트래킹 코스가 아름답다 하여 마지막 일정으로 남겨두었던 곳이다. 

 패러글라이딩을 원하는 친구들이 있어서 오전에 이곳에서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친구들과 다함께 휘르스트에 가서 조금만이라도 트래킹을 해보고자 하였으나, 친구들이 의욕이 없었다. 그도 그럴것이 새벽부터 일어나 충격적인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온 데다가 그동안 트래킹이라면 매일 했으니, 지칠 때도 되었다. 그래, 오늘은 쉬어가는 날이다!

 그래도 아쉬운 사람들을 모아 휘르스트 전망대까지만 갔다 오기로 했다. 못가본 트래킹 길은 다음을 위해 아껴둬야지~

 

휘르스트행 케이블카를 타는 곳이다.

 

 케이블카에서 본 풍경들인데, 한창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있다. 인터라켄과 이곳 휘르스트가 패러글라이딩을 하는 곳이다. 나는 비싸기도 하고, 약간의 고소공포도 있어서 안했지만, 했던 친구들 말에 따르면, 처음 해보는 것이라 재미있었지만, 풍경만 놓고 본다면, 이미 우리가 마르고 닳도록 본 그 풍경이란다. 위로였나?ㅎㅎ

앞에 보이는 작은 길을 따라 하이킹 코스가 이어진다. 바흐알프 호수, 그로세샤이데크 전망대, 쉬니케 플라테 등 호수와 계곡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하이킹 코스이다. 도중에 보는 그린델발트 빙하들과 아이거 북벽의 전망이 좋다고 한다. 다음에 온다면, 이 트래킹을 한 후, 내려갈 때는 자전거를 빌려서 타고 내려가고 싶다. 

 

트래킹 길을 미련없이 버리고, 전망대 쪽으로 난 이런 잔도(철 데크?)를 걸으면 전망대가 나온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사람은 좀 힘들 수 있지만, 튼튼한 난간과 손잡이가 있으니까 염려없다.

 

뒤쪽에서 보면 이렇게 좀 무섭다.

 앞에 사람들이 몰려 있는 곳이 전망대의 마지막 코스, 포토 포인트이다. 

 그래서 그런지 이곳에서 엄청난 것을 봤다. 바로 앞에 있던 한 젊은 여자(스페인이라고 했던가?)가 배꼽이 드러나는 탑에 숏 팬츠를 입고 저 난간 끝에 걸터 앉거나 요가 자세로 매달리는 등 온갖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몸이 아름다운 젊은 여자라 설산과 어울려 인생샷임에는 틀림없었으나, 보는 내내 가슴을 졸았다. 인생샷 찍다가 인생 간다는 말이 바로 이거구나! 했다.

 물론 목숨 걸고 찍는 사진이라 아름답긴 했다. 거의 행위 예술 한 편을 보는 듯 했다. 평소같으면, 줄 선 사람 아랑곳하지 않고 오래오래 찍는 민폐녀에게 아줌마 필살의 레이저 눈빛을 쏘아 주었겠지만, 아름다워서 그만 응징 따윈 잊어버렸다.  한장 찍어두고 싶었으나, 예의가 아닌 듯하여 꾸~ 욱 참았다. 

 

우리는 압도적이었던 그녀의 포즈에 놀래서 그냥 멍하니 사진을 찍었다. 저 난간 끝에 걸터 앉거나 매달린 잔상만이 남아서......

 이 풍경들을 두고 떠난다고 생각하니, 모든 좋은 순간들이 결국 지나가게 마련이라는 생각에 쓸쓸해지기도 한다. 그래도 아름다운 잔상은 오래오래 남아서, 힘들고 지칠 때마다 조금씩 꺼내보고 위안 삼을 것이라는 것도 안다. 이제 아쉬움을 뒤로 하고 융프라우를 떠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