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9 스위스

샤모니 Chamonix(2019.8.12.월) - 몽블랑 트래킹

여름숲2 2020. 8. 26. 13:47

▶ 프랑스 샤모니로 넘어가는 길

 

 몽트뢰의 일정을 마치고 샤모니로 간다. 스위스에서 프랑스로 국경을 넘는 일인데, 검문도 없이 도로가 이어진다. 유럽통합을 실감하게 된다. 우리도 언젠가는 자동차로 북한 땅을 거쳐 중국까지 여행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해 본다. 내 세대에 힘들다면, 자식 세대에서는 이룰 수 있는 꿈이기를.

 프랑스 땅으로 넘어가자 이렇게 멋진 무지개가 우리를 반긴다. 무지개를 보며 환호성을 지를 때만 해도 우리는 몰랐다. 무지개가 혼란과 위기의 전조였음을.

 

▶ 샤모니 Chamonix  에귀디미디 Aiguile du Midi  케이블카 

 케이블카 대기 시간이 몇시간이나 된다는 정보를 듣고, 새벽부터 서둘러서 에귀디미디 케이블카 탑승장에 왔다.  사람들이 없어서 이상하긴 했지만, 비가 그쳤기에 당연히 케이블카가 운행하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기상악화로 운행불가란다. 처음 비행기 환승부터 예기치 않은 사고가 생기더니, 첫 트래킹에서도 사고가 터졌다. 머리가 하얘지면서 잠시 아무 생각이 안났다. 

 일단 친구들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샤모니 카페에 갔다. 빵과 커피를 먹으며, 친구들에게 샤모니 시내를 구경하라 하고, 나는 인터넷 검색을 시작했다.  걸어서 갈 수 있는 트레킹 코스를 찾았지만, 저녁에는 체르마트로 넘어가야 하기에 선택하기가 마땅치 않았다.  일단 조금 더 기다려 보기로 했다.

 

 샤모니 시내의 아르브 강의 물이 많이 불어 있었다.  시내를 돌며 등산용품점에 들어가서 옷을 사기도 하고, 기념품 가게에서 기념품을 사면서 계속 매표소를 기웃댔더니, 12시부터 에귀디미디 전망대 갈 때 환승하는 플랑드레귀 역까지는 운행한다는 소식이 들렸다. 우리는 일단 아쉬운대로 '플랑드레귀 Plan de l'Aiguille[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 봉블랑 맛보기 - 플랑드레귀 Plan de l'Aiguille에서 몽땅베르Montenvers가는 길

 

 날이 좋았다면, 우리의 처음 계획은 이랬다.

  * 에귀디미디 전망대 행 케이블카를 타고 플랑드레귀에서 환승하여 에귀디미디 전망대까지 간다. 시간 여유가 있다면, 전망대에서 이탈리아 헬브로네 가는 파노라마 케이블카를 타고 이탈리아쪽 몽블랑에 갔다 온다. 그리고 다시 에귀디미디 전망대에서 플랑드레귀 환승지점에 하차하여 몽땅베르까지 트레킹을 한다. 산악기차 타고 샤모니로 복귀한다. 그후 체르마트로 이동한다.

 

 이 야심찬 계획은 다음 기회로 넘어가고, 우리는 몽블랑 트래킹 맛보기로  아쉬움을 달래기로 했다. 

가운데 별모양 스티커가 붙은 자리가 바로 오늘 케이블카가 유일하게 운행하는 플랑드레귀 역(2317m)이다. 

 

 그래도 잠시나마 케이블카가 운행하니 감사할 뿐이다.   케이블 샤모니 탑승장은 해발 1035m에 위치해 있는 곳으로, 알프스 3대 미봉 중 하나인 몽블랑 관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이 탐방하는 곳이다. 이곳에서 케이블카를 타고 플랑드레귀 중간역(2,299m)까지 가서 에귀디미지 케이블카를 이용하여 전망대까지 가면 몽블랑의 산군들을 가장 잘 볼 수 있다고 한다.  

케이블카에서 내려다 본 샤모니 시내의 전경

이곳이 플랑드레귀역( 2.207m)이다.  트래킹 하려고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이다. 

플랑드레귀 매점이다. 아쉬운대로 사람들은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전망을 구경하다가 다시 케이블카를 타고 내려갔지만, 우린 왼쪽 길로 트래킹을 할 예정이다. 

구름 낀 산이 너무 예쁜데
어쩌라구요?

이곳엔 생각보다 많은 트래킹 코스가 있는 것 같다. 정말 다음에는 제대로 다 즐기고 싶다.

 두번째 줄에 몽땅베르 이정표가 나온다. 2시간 15분 걸린다고 하는데, 내리막 길이라 어려움은 없을 듯 하다.  이 루트를 따라 몽땅베르(1913m)까지 트래킹을 한 후 빙하의 바다, 얼음 동굴, 그랑조라스 등을 조망한 후  산악열차를 20분쯤 타고 샤모니로 이동하는 것이 이 트래킹의 일반적인 루트이다.  다만, 우리는 오늘 날씨 때문에 산악열차 운행여부를 알 수 없어서 몽땅베르까지 가지 않고, 1시간 쯤 가다가 다시 돌아와서 케이블카를 타고 원점회귀하기로 하였다. 무척 아쉽지만, 낯선 땅에서 모험을 할 수는 없었다. 

 

이런 길을 따라 가는 데 가는 길이 아름다워 절로 감탄이 나온다. 왼쪽으로는 샤모니 시내와 맞은편 산들이 보이고, 오른쪽으로는 몽블랑 산들이 보인다. 

 

비 온 후의 산들이 신비한 아름다움으로 빛난다. 

구름이 걷히자 샤모니 시내가 보인다.

 

계속 내려가다 보니 'Retuge duPlan de l'Aiguille'라는 예쁜 산장이 나온다.  보이는 1층은 레스토랑이었는데, 우린 도시락을 싸와서 앞에 보이는 의자에 앉아서 먹었다. 손님이 1도 없었으므로 실제 영업을 했을 지는 모르겠다.

식당내부에 있던 케이크인데, 식당 안에는 종업원도 없었다. 아마 아래층에서 쉬고 있었을 듯하다. 친구들은 여기서 뭐라도 먹고 싶어했으나, 싸온 도시락을 버릴 수 없었으므로 두 눈을 꼬옥 감았다. 

비록 이 예쁜 식당에서 주문하지는 않았으나, 야외에서 새벽부터 우리가 준비한 도시락을 먹는 즐거움은 무엇과 비교할 수 없는 즐거움이었다. 특히 평소에 이런 것을 해보지 않았던 친구들이 준비한 도시락이라 더 특별했다. 추억은 방울방울. . . .

트래킹 진행 방향이 산장을 돌아서 가도록 되어 있어서,  뒤쪽으로 오니 다락방까지 있는 2층 건물이었다.

구름이 걷히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이토록 예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사진의 왼쪽 부터 산이름을 차례로 열거해 보면.

Lesdrus (3754m), Aiguille Verte(4122m), Aiguille de L'M(2844m),    

Aiguille des Ciseaux(3479m), Aiguille du Fou(3501m), Dent du Catman(3554m),

Aiguille du Plan(3673m),RognonduPlan(3501m)

 아이러니하게도 트래킹하기에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이곳에 큰 나무가 없어서 날씨가 좋은 날이었다면, 땡볕에 힘들었을 텐데, 비 갠 후의 산은 시원하면서도 깨끗했다. 비에 말갛게 씻겨 선명한 얼굴을 보여주는 산 봉우리들이 멋졌다. 밤새 비를 맞은 풀들과 관목들이 푸르렀고  물기를 머금은 야생화들은 더없이 예뻤다. 

비온 후에 운무가 산을 덮으면 운무의 아름다움이, 운무가 걷히면 몽블랑 산군의 호방함이, 좁은 산길따라 걸으면 예쁜 야생화들이 나름나름의 얼굴로 따로 또 같이 거대한 합주를 연주하는 듯 했다. 자연이 연출하는 오케스트라의 하모니에 몸을 맡기며 우리는 행복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연속해서 펼쳐지자 지난 며칠 계속된 불운과 낯선 나라 낯선 땅에 온 경계심이 비 구름 걷히듯 사라지고,  친구들의 웃음소리만이 아무도 없는 트래킹 길에 드높게 퍼졌다.

 

길에서 만난 꽃들은 우리나라 산에서 보던 꽃들과도 비슷하면서, 조금씩 다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