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 3주 살이

제주 D20 - 방주교회, 본태미술관, 이중섭 미술관

여름숲2 2018. 5. 3. 21:51

* 5월 3일 목


  제주의 마지막은 건축기행이 되었다. '안도 다다오'의 '유민미술관', '글라스하우스', '본태박물관', '이타미 준'의 '방주교회'가 그것이다.

 날은 화창했으나 바람이 세게 불었다. 한라산을 바라보며, 산록도로를 달린다.연초록의 나무가 싱그럽다.



 방주 교회


 성경 속 노아의 방주를 형상화한 '이타미 준'의 작품이다. 제주 중산간에 연못을 만들고 배 모양의 교회를 세웠다. 2002년 김수근 문화상 건축 본상 수상, 2010년 한국 건축가 협회 대상을 수상하였다 한다. 



  방주교회를 보는 순간, 왜 방주교회인지 알았다.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이었다. 햇빛에 반사되어 눈부시게 반짝이는 지붕과 단순한 나무집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보았을 때, 숨이 멈는 듯 했다. 햇살에 반짝이는 지붕이 막 물기를 털며 파닥이는 물고기처럼 생동감이 넘쳤다. 삼각형 모자이크 형태의 금속판으로 이루어진 지붕은 빛에 따라, 각도에 따라 각기 다른 빛깔과 질감을 만들어냈다.




오른 쪽 측면에서 본 교회 


오른 쪽 측면

흘러내리는 물에 교회와 하늘이 비치는 모습은 너무나 아름답다.



왼 쪽 측면과 뒷 모습




 이 아름다운 교회앞에 넋을 놓고 있다가, 문득 저 '방주교회'안의 구원받은 자들과 홍수의 한가운데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헤매는 사람들이 떠올랐는데, 왠지 나는 후자들 틈에 있을 것 같았다. 더구나, 이 아름다운 건축물과 땅의 주인이 삼성(유민), 현대(본태), SK(이토미 준 관련 건축물들 )라는 생각에 미치자 육지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짓밟혔던 섬사람들의 역사와 4.3이 겹쳐지면서 잠시 심란했다. 제주 부자 '김만덕 할망' 같은 사람은 이제 없는 걸까?



* 참고( 다음 백과)

한국 이름은 유동룡(庾東龍)으로, 이타미 준은 필명이다. 일제 강점기 일본으로 건너간 부모님 슬하에서 8남매 중 다섯째로 태어났다. 1964년 무사시공업대학[武藏工業大學, 지금의 도쿄도시대학(東京都市大學)] 건축학과를 졸업했다.

 1998년 재일교포 사업가 김흥수가 제주도 핀크스(PINX) 클럽하우스 설계를 의뢰하여 제주도와 인연을 맺었다. 2001년에는 핀크스 리조트 단지 안에 포도송이를 연상시키는 독특한 지붕 아래 제주의 전통가옥을 옮겨놓은 듯한 포도호텔을 설계하며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물·바람·돌 미술관(2004), 두손 미술관(2005), 비오토피아 타운 하우스(2008) 등을 설계했다. 2011년 사망



 본태 박물관


  본태박물관은 방주교회에서 5분 거리에 있다. 안도다다오의 건축물답게 노출 콘코리트, 미로같은 출입구, 물을 끌어들이고, 주변의 자연경관을 과감하게 이용하여 경관을 전시물로 만드는 점 등이 유감없이 드러나는 건물이었다. 2개의 건물인데, 전통과 현대의 컨셉으로, 전통은 상여와 상여의 장식인 꼭두 인형, 또 다른 전시실에서는 조각보와 전통가구, 기획전으로 불교 탱화 등 불상이 전시되고 있었고, 현대로는 백남준과 를 비롯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되고 있었다. 

  전시 관람을 하며 이동하다가 건물 창으로 산방산이 보였을 때, 참 좋았다. 특히 어느 건물에선가 한 쪽 벽이 모두 개방되어 있었는데, 그 너머로 산방산과 하늘과 중산간의 평화로운 풍경이 전시된 작품처럼 펼쳐졌다. 그 어떤 예술품보다 아름답다는 생각을 했다.


'Children's Soul'

하우메 플렌사의 트레이드 마크인 웅크인 인물 모습으로 하단부분이 열려 있어 사람들의 접근과 참여로 조각에 생기를 불어넣기를 바라는 조각가의 의도가 담겨 있다고 한다. 작가의 의도에 맞게 저 인물 안에 들어가서 사진 찍을 걸....

 

로트르 클라인 -모 콰이  'Gitane'                  프랑스어로 '집시'라는 뜻. 춤추는 듯한 집시의 모습이 자연과 작품이 함께 어우러지는 하모니를 몸짓으로 표현한 것이라 한다.



노출 콘크리트, 물, 하늘이라는 안도다다오의 건축적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다.




쿠사마 야요이 '호박'

독특한 색감. 반복되는 점. 땡땡이 무늬( 혹은 물방울 무늬)에 대한 환 공포를 독특한 미감으로 끌어올린 화가다.  







한 점만 파는 아티스트 - 쿠사마 야요이




쿠사마 야요이 '무한 거울방 -영혼의 반짝임'


  본태에서 제일 유명한  '호박'과 '무한 거울방'이다. 감상을 위해 인원수를 제한하고 있는데, 강렬한 색감이 인상적이다. 특히 무한 거울방에서 현란한 빛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것은 독특한 경험이다.





  '박물관'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각종 전통적인 것들을 수집했는데, 상여와 꼭두, 조각보, 불상 및 불화 등이 전시되어 있다. 특히 4관에 전시된 우리나라 전통 상례를 접할 수 있는 <피안으로 가는 길의 동반자 - 상여와 꼭두의 미학>은 독특했다. 거의 완벽한 모습으로 남아있는 상여와 꼭두를 자세하게 볼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데이비드 걸스타인의 'Euphoria'

행복감, 희열이란 뜻으로 현대 생활 속 풍경에 담긴 삶의 즐거운 에너지와 기운을 담아낸 것이라 한다.


동선을 따라 전시관람을 마치고 나오면 아름다운 호수와 이 작품이 있는데, 참 평화롭다. 문득 나도 자전거를 타고 싶다.



* 참고





 이중섭 거리


  마지막 일정은 이중섭의 거주지와 미술관이다. 이중섭의 한평 방에서의 제주살이와 나의 13평 집에서의 제주살이. 내가 이중섭보다 13배쯤 넉넉하고 행복했을까? 그는 현실의 외로움과 가난을 벌거벗은 아이들, 게, 복숭아, 꽂 들이 있는 유토피아적 세계로 바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제주에서 살 때 가장 행복했었다고 말한다. 아이들과 서귀포 바다에 나가 게를 잡아오던 그 시간들이 그나마 평화로웠던 남자. 가족을 그리워하며 행려병자로 죽은 그를 생각해본다. 그리고, 그가 꿈꿨던 가족의 모습이 담긴 " 길 떠나는 가족' 퍼즐을 산다. 저 퍼즐을 다 맞추면, 우리도 언젠가 꽃잎 날리는 길로 가족 모두 나설 수 있을까?





이중섭이 제주에서 살던 집

  방이 정말 작다. 이 방에서 4명 가족이 살았다니, 믿어지지 않는다. 과연 4명이 누울 수 있었을까? 그러나 저러나 이중섭은 제주에서의 생활이 가장 행복했다니...

 이 조그만 방에서 지내며, 매일매일 서귀포 앞 바다에 나가서 게를 잡아 냄비에  끓여 아이들과 먹었을 이중섭을 생각해본다. 그의 그림에 게가 많은 이유는 '하두 게를 많이 잡아 먹어서,,,게한테 미안해서...'라고 답한 바 있다. 


이중섭(Lee Jung Seob): 해, 아이들, 물고기, 게



선물 [이중섭 그림]





이중섭 미술관 앞에 있는 그의 조각상 

김춘수의 시.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기념으로 산 이중섭의 '길 떠나는 가족'


  그의 집에서 바라본 서귀포 바다다. 그는 이 바다를 보며 고향 원산을 그리워했을까? 풍족했던 유년, 잃어버린 세계 속에 살며, 현실의 고통을 순진무구한 동화의 세계로 바꿔버린 이중섭을 생각한다. 끝내 꽃비 내리는 봄날, 가족과 함께 길을 떠나지 못했던 가난하고 불행했던 예술가를 생각하며 제주의 마지막 여정을 마친다.


  제주의 마지막 밤은 평화로웠다. 나는 오메기떡을, L은 감성돔을 먹으며 각자 좋아하는 술로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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