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 3주 살이

제주 D18 - 한라산

여름숲2 2018. 5. 3. 00:06

* 5월 1일 화

 

  비가 올까 내내 가슴 졸였다. 친구가 함께 한라산에 가자고 왔는데, 못가게 될까봐서다. 다행히 오후에 비가 온다니오전에 중요한 일정을 마치기로 했다. 4시 기상, 5시 출발, 6시 산행 시작. 10시 정상 도착, 2시 하산. 가능할까? 가능했다. ㅎㅎ


등산로 입구 

 

   여러차례 한라산 등반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태풍이 불어서, 비가 와서, 눈이 너무 많이 와서, 일행 중 아픈 사람이 생겨서......등등 이유는 많았다.  놀랍게도 이번엔 이렇게 한라산으로 가는 길이 열렸다.




오후 1시까지 진달래밭까지 못가면, 등산 할 수 없다는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다.



'속밭' 쉼터에 우리보다 먼저 온 사람들이 쉬고 있었다. 우리도 여기에서 잠심 간식도 먹고  화장실도 다녀 온다.





속밭을 지나면서, 이런 길이 계속되고, 뜻밖에 철쭉이 맞이한다.



진달래밭 대피소.

진달래밭인데, 철쭉이 한창이다. 이런 호사를 누리다니....  산에서 보는 산철쭉과 다른 일반 철쭉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화사하다.





 

 


기쁨에 겨워 이런 사진도 방출해본다. 산에서 만나는 꽃은 특별하다. 1500m 고지에서 미친듯이 부는 바람을 견디며, 몇달 내내 쌓이는 눈을 뚫고 이토록 고운 생명을 피우다니, 감동적이다. 




진달래 밭을 지나면서 고사목 지대가 나오고, 지금과는 다르게 구름이 시야를 가린다. 가파른 오르막길이 1시간 20분 이어진다. 마지막 힘을 내본다.






구름끼고, 간간히 빗방울이 치기도 했는데, 그래서인지 더운 날보다 힘은 덜 들었다. 시원한 바람이 가슴 속까지 시원하게 불었다.



드디어 백록담에 왔다.







  잠깐 구름이 비껴간 틈으로 백록담이 보인다. 화산이 만든 타원형 분화구인데, 구름 탓에 잘 보이지 않다가 잠깐 거짓말처럼 구름이 비낀 자리에 바닥의 물을 보여준다. 그래도 이만큼이라도 보여줘서 기쁘다.




  내려오는 길에 본 케이블카. 짐도 실었지만, 사람도 타고 있다. 아마, 진달래 대피소에서 1시 이후에 백록담에 올라가려는 사람들을 통제하기 위해 출근하는 공무원인 듯 하다.




  내려오는 길에 사라오름에 들렀다. 다시 오기 어렵지 않나 싶어 들렀는데, 놀랍게도 오름 정상에 거대한 호수가 있었다. '산정호수'였다. 비현실적인 구름 속에 잠시 숨을 고르다가, 몽환적인 구름을 뚫고 나무 데크를 걸어 반대쪽까지 걸었다. 호수의 물이 투명하고 맑았다. 비현실적인 색감과 공기가 주변에 가득찼다.




  저끝까지 갔다 돌아왔더니, 구름이 걷히고 호수의 모습이 온전히 드러났다. 이 거대한 호수에서 알 수 없는 거대 생명체가 뛰어 오를 듯 했다.

  이제 모든 걸 다 이루었다. ㅋㅋ  비가 오기 전에 내려가는 일만 남았다. 잠깐씩 가는 비가 내렸지만, 내려가는 내내 기분이 상쾌했다. 아, 한라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