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 3주 살이

제주 D15 - 따라비오름,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여름숲2 2018. 4. 30. 08:50

* 4월 28일 토


  오늘은 쉬어가기로 한 날, 유현진의 경기가 있는 날이라...ㅋㅋ 그러나, 유현진의 투구가 끝난 오후에 문득 오름에 가보기로 했다. 집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유명한 오름 3개가 나란히 있다. 따라비 오름. 용눈이 오름. 다랑쉬 오름.


 따라비 오름

 

  '따라비 오름'으로 가는 중산간도로 좌우에는 크고 작은 오름들을 배경으로 말들이 한가하게 풀을 뜯고 있었다. '오름의 여왕'이라는데, 가을이 아니라서 그런지, 주차장에는 우리밖에 없었다. 완만한 길을 따라 따라비오름 정상에 이르니, 고사리를 손에 쥔 아저씨 한분이 있었다. ㅎㅎ

 내가 제주살이 한다 하니, "무조건 고사리를 꺾으러 다녀야 한다"고 강조하던 친구가 있었다. 그래, 하루쯤 시간내서 고사리를 꺾어 말리면 경비가 빠지겠군 했던 나의 순진한 생각은 곳곳에 중무장을 한 고사리꾼들을 보는 순간 감히 거기에 낄 엄두가 나질 않았었다. 더구나, 나는 고사리와 고비도 구별하지 못하는데 어쩌라구?   경쟁하기에는....나는...영...허리가...칭구야. 미얀타. 고사리는 사 가마~~



 







  따라비 오름은 표고 342m로 분화구가 3개, 터진 부분이 보이는 분화구이다. 말굽 형태로 터진 3개의 굼부리를 중심에 두고 좌우 2곳의 말굽형 굼부리가 쌍으로 맞물려 3개의 원형 분화구와 6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다. 가을에는 억새가 장관이라고 한다. 아무도 없는 곳에서말발굽 모양의 분화구를 따라서 한바퀴 돌고 내려왔다.



 용눈이 오름


   따라비 오름에서 멀지 않은 곳에 용눈이 오름이 있다. 사진작가 김영갑이 사랑했던 오름이다. 오르기 쉬운 오름이라 그런지 주차장에 차들이 많았다.  정상까지 15분 정도 밖에 안걸리는 완만한 오름이라 인생샷을 찍어보려는 사람들로 북쩍였다.


 용눈이 오름 아래 주차장 입구에 이렇게 말들이 평화로운 모습을 보여준다.


  •  말은 못나가고 사람은 다닐 수 있게 만든 ㄷ자형 통행문. 말이 나가고 싶어하는 것 같다.ㅎㅎ



 

  '용눈이 오름'

 남북으로 비스듬이 누운 형상의 이 오름은 표고 248m 로 용이 누워있는 모습이라고 '용눈이', 또는 용이 놀고 있는 모습이라고 '용논이'라고 불렸다 한다.




  이렇게 완만한 길을 15분 정도 오르면, 정상이 나온다. 예쁜 치마를 입고 모자를 쓴 여자들이 고왔다. 아마 그녀들은 크고 작은 오름들을 배경으로 인생 샷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무등을 태우고 올라가는 젊은 아빠의 모습도  정겹다. 

  왼쪽에 크게 보이는 오름이 '다랑쉬 오름'이다.




오른쪽 위가 정상이고 분화구 너머로 왼쪽에 '다랑쉬 오름'이 보인다. 굴부리 둘레를 한바퀴 도는데 15분 정도 걸린다.



정상에서 본 '다랑쉬 오름'(가운데 가장 크게 보이는 오름)과 '오른쪽에 보이는 '아끈 오름'



 다랑쉬오름


 다음으로 간 곳은 다랑쉬 오름. 한 15 여년 전, 길도 없이 억새만 나부끼는 중산간을 헤매다 찾은 곳이 '다랑쉬 오름'이다. 11월 초, 억새가 끝도 없이 바람에 흔들리는 다랑쉬에서 단숨에 분화구 바닥까지 뛰어 내려갔던 나의 아이들, 볼이 붉어져서 거친 숨을 내쉬던 그 작은 아이들은 어디로 간 걸까? 아직도 바람에 나부끼던 아이들의 머리카락이 생생하게 기억나는데.....  그 기억만으로도 '다랑쉬 오름'은 내게 최고의 오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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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앞의 오름들과 달리 다랑쉬 오름은 이렇게 올라가는 입구부터 나무로 우거져 있다. 거기다 가파른 계단길이어서 오르기가 만만치 않다.


  오르면서 보게 되는 '아끈 오름' '아끈'이란 제주어로 '작다'는 뜻이라 하니, 말 그대로 작고 예쁜 오름이다. 가을에는 억새로 뒤덮힌다 하니, 가을에 와봐야겠다.

 


 

 

  30여분쯤 땀을 흘리며 오르다보면 능선이 나오고, 능선에서 왼쪽으로 분화구 둘레를 돌게 되면 빽빽하게 우거진 숲을 지나게 된다. 우리가 못본 15년 동안 새롭게 형성된 숲이다. 분화구 둘레의 절반쯤이 이런 숲이고, 나머지 절반 쯤은 잡목과 풀들로 덮혀있다.




  정상에서 보게 되는 분화구.

  '다랑쉬 오름'은  표고 382m로 깔대기 모양의 넓고 깊게 판 굼부리(분화구)가 있는데, 지금은 밑으로 내려갈 수 없다. '다랑쉬'란 이름은 굼부리가 달처럼 둥글게 보인다는 데서 유래했다는 말이 있다.

  나도 멋진 오름능선에서 인생샷을~~ 도와주지 않는다. 세윌이.



왼쪽에 용눈이 오름이 희미하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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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엔 일몰 사진을 찍으려고 올라온 젊은이들 몇몇만이 있었다. 우리도 앉아서 기다려 본다.  오늘, 한라산은 보이지 않는다. 용눈이 오름, 아끈 오름이만이 온전히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아쉬워서 한라산쪽을 다시 바라본다. 한라산은 구름에 가렸지만, 크고 작은 중산간의 오름들이 펼쳐진다. 해마저 구름속으로 숨어든다. 내려오는 길은 아쉬움이 가득했지만, 삶이 모든 것을 채워주지 않듯이 제주 또한 그럴 것이라 생각하며 받아들인다. 그저 오늘 주어진 것을 즐기는 수밖에....

  그러느라 시간이 늦어졌더니, 가는 식당마다 문을 닫았다. ㅠㅠ 그래 오늘, 다이어트 해보는 거야^^~

  아뿔싸~~ 집에도 먹을 것은 넘쳐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