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9일 일
비록 중국발 미세먼지가 하늘을 덮었지만, 날이 따뜻하다. 숲속을 걷기 좋은 날이다. 사려니 숲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숲길에 들어서자 사려니 숲 입구까지 50분이 소요된단다. 뭥미? 그러나 숲길이 좁고 울창한 나무들로 우거져서 입구까지 가는 길만으로 좋았다. 나무들이 하늘을 덮고 있어 여름에도 시원하겠다.
사려니숲 공식 주차장
여기서부터 정식 '사려니 숲' 입구까지 50분이 걸린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조금 걷다가 포기하고 돌아간다.ㅋ
정말 50분을 걸으니, 비자로쪽 사려니 숲 입구가 나왔다. 아하? 여기에 주차장이 없어서 우리가 오솔길을 50분이나 걸은 거였다. 코앞에 있는 버스 정거장을 보니 숲길이 좋았음에도 왠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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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려니 숲길 입구에 있다. 참 좋은 시 ~
여기부터는 탄탄대로였다. 차가 다닐 수 있을 정도로 넓은 길이 끝없이 이어졌다. 아마 본디 길이었던 것을 숲길로 재정비한 것이 아닐까 싶다.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걸을 수 있는 편한 길이다.
이제 막 새순을 단 연초록의 나뭇잎이 싱그러웠다. 소사나무, 단풍나무, 누리장 나무, 참식나무 등이 사이 좋게 숲을 이루고 있었다. 밝고 따뜻한 우리나라의 숲이다.
물찻 오름 입구까지 왔는데, 오름은 오를 수가 없단다. 쉬어가기로 했다. 방울토마토를 먹고 있는데, 까마귀가 날아와 나뭇가지에 앉는다. 친구 까마귀가 날아온다. 그러더니, 성미 급한 까마귀가 '깍깍'울기 시작한다. 가라고? 벤치에 방울 토마토 4개를 올려놓고 일어서는데, 그 사이 욕심 많은 까마귀가 날아와 다른 까마귀를 쫓으며, 2개를 물고 가려고 애를 쓴다. 마침내 성공해서 날아간다. ㅎㅎ
말발도리
평탄한 숲길이 겨속 이어지는 가운데 반대쪽 입구에서 오는 사람들과 만난다. 진지한 올레꾼들이 보이더니, 차차 밝고 경쾌한 옷차림의 사람들과 만나게 된다. 문득 젊은 남자가 여친에게 하는 말이 들린다
"우리 선희, 힘들구나~"
이 닭살 멘트에 빵 터졌다. 으하하하~~ 남편은 저만큼 앞서가며, 온 몸으로 '왜 빨리 안오냐'고 짜증을 내고 있는데... 부러우면 지는 거니까 씩씩하게 걷기로 한다.
마지막 구간은 넓은 길과 좁은 산책로가 나란히 있어 번갈아 가며 걷는다. 울창한 삼나무 숲속에 들어서면, 키 크고 잘 생긴 삼나무가 멋있다. 그러나 그늘이 져서 어둡고 음산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래서 L은 삼나무가 대표 선수인 일본 사람들이 예의 바르지만 음울하다고 말한다. 반대로 제멋대로의 숲이 대표선수인 한국사람들은 밝고 환하다고 마구 말해본다.ㅋ
입구에서부터 천천히 걸어 3시간, 처음부터 계산하며ㆍ 4시간 걸린 15 km의 숲길 산책이었다. 주차장으로 돌아오는 콜택시에서 '사려니 오름의 나무가' 참 좋다는 말을 들었다. 개방하는 기간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허브 동산 집 근처에 허브동산이 있어 들러보기로 했다.
마침 양귀비 축제를 한다기에 들렀으나, 아직 양귀비는 절정이 아니었고, 밤에 불이 들어도면 좋다고 해서 기대했으나. 우린 너무 낡았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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