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 3주 살이

제주 D14- 해거름 공원에서 법성포구까지 라이딩

여름숲2 2018. 4. 27. 18:30

* 4월 27일 금


  오늘은 제주도 환상 자전거길의 마지막 남은 구간이다. 묵직한 허리통증이 남아 있지만, 가는 데까지 가 보기로 하자. 출발점은 지난 번 바퀴가 멈췄던 해거름 공원부터다.


  차를 주차시켰는데, 벌써부터 맑고 푸른 바다에 가슴이 먹먹해진다.  파도만 넘실대는 청록빛의 서쪽 바다는 푸른 하늘과 경계를 이루며, 품고 있는 것들의 색을 드러내고 있었다. 검은 현무암을 품고 있으면 짙은 청색, 고운 모래를 품고 있으면 옥빛으로 빛난다.



해거름 공원을 지나다 본 또 다른 바다의 얼굴. 바다가 단순히 미적 대상이 아니라, 하루를 살기 위해 땀흘려 일하는 일터임을 엄정하게 보여준다.





 차귀 해안의 물빛이 고왔다. 차귀도를 바라보며 하는 바다낚시와 해넘이 전망이 유명하다고 한다.


  차귀도는 고산 해안으로부터 1㎞ 떨어져 있는 무인도로 제주도에서 가장 서쪽에 위치하는 섬이다. 차귀도 주변에는 지실이섬, 누운섬 등 무인도가 분포하고 있다. 동서 길이 920m, 남북 길이 430m로 동서 방향으로 길게 형성되어 있다. 면적은 155,861㎡이다. 2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최고봉의 표고는 61m이다.

차귀도는 본래 대나무가 많아 죽도(竹島)라고 불렀으나 호종단(胡宗旦) 전설과 관련하여 섬 이름이 바뀌었다. 전설에 따르면 제주도의 산천이 뛰어나므로 인재가 많이 태어나 중국에 반기를 들 것을 우려하여 송나라 장수 호종단이 제주도로 건너와 섬의 지맥과 수맥을 모조리 끊고 다녔다.

이후 배를 타고 서쪽으로 돌아갈 때 매로 변신한 한라산 수호신이 돛대 위에 앉아 돌풍을 일으켜 배를 침몰시킴으로써 호종단이 본국으로 돌아가는 것을 막았다고 하여 차귀(遮歸)라고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한국민족문화 대백과에서 발췌)




차귀도가 보이는 해안 맞은 편의 당산봉과 그 아래 펼쳐진 청보리밭이 곱다.






  수월봉 아래쪽의 화산 쇄설층

  화산 분출물이 흘러가며 어떻게 쌓였는지 보여주는 화산 쇄설층이 신기하다. 이 때문에 세계지질공원이 되었다 하는데, 바람과 파도가 만들어낸 멋진 그림만으로도 충분히 세계유산이 될 만하다. 올레 걷기 코스이기도 한데, 걷기에 아름다운 길이다.





 이 길은 산방산을 끼고 돌아서 바다뿐 아니라, 한창 꽃을 피우는 배추꽃, 지기 시작하는 유채꽃, 더불어 살고 있는 풀꽃들이 사이좋게 앞서거니 뒷서거니 있다. 바람조차 상쾌해서 길 모퉁이를 돌 때마다 지나가는 매 순간들이 아까웠다. 이 시간을 붙잡을 수 없을까? 


  문득 이 길을 다시 달릴 것 같다는 예감이 들었다. 삶이 힘들어진 어느날, 이 길을 자전거로 돌다보면, 바람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다보면, 슬픔도 조금쯤은 바람에 날라가고, 저기 널려 있는 해초처럼 자기 안의 물끼도 마르지 않을까? 그래서 조금은 뽀송뽀송해지지 않을까?

  모슬포 항에 도착했다. '이듸'라는 국수집에 들어갔는데, 마침 역사적인 남북 정상의 악수를 보여주고 있었다. 선명한 화질로 보이는 두 정상의 모습이 감격적이었다. 특히 북쪽 땅을 언제 갈 수 있느냐는 문 대통령의 의례적인 인삿말에 '지금' 이라고 말하며 문대통령의 손을 이끌어 한발짝 군사분계선 너머로 이끄는 김정은의 유머에 울컥했다. 그래, 이렇게 간단한 것을.... 한 발자욱만 발을 옮기면 되는 것을.... 수십년동안이나 그토록 멀리 두고 있었다니....

후에 불법으로 북녘땅에 갔으니, 문대통령을 국가보안법으로 고발하겠다는 ***당을 보니, 기가 차서... 웃자고 하는 말에 죽자고 덤비는 놈들!

 하여튼 이날, 유달리 고기국수와 불국수가 맛났다.




  형제 해안로를 지나 서귀포로 가고 있다. 바다가 예뻐서 저절로 발길이 멈췄다. 숨고르며 바라보는 바다에 또 섬이 있다. 참 많은 섬들을 보며 달리는 길인데, 저 많은 섬들이 화산폭발로 형성되었을 것을 상상해보는 것만으로도 볼 때마다 신기하다.

  이제 오르막 내리막이 계속 이어지는 제주 자전거 최고의 난코스가 남았다. 게다가 여기는 바다도 보이지 않는 안쪽 길이다. 몇년 전 처음 라이딩할 때 계속 '끌바'했던 구간, 중문을 지나 서귀포로 가는 길이다.

 이번에는? 나의 자전거 '청풍'은 무거운 주인을 태우고도 비호처럼 달렸다. 는 아니지만, 천천히 오르막을 오르며 호흡을 고르고, 무사가 검을 휘두르듯 바람을 가르며 내리막을 달렸다. 획을 그으며 내리치는 바람에 풀잎이 흔들렸다.ㅋㅋㅋ



중문 쪽은 귤나무가 가로수다 

귤꽃 . 향이 달콤하다


찔레꽃


 이 구간은 별로 볼 것은 없었으나, 뜻밖에 그토록 기다리던 귤꽃이 피어 그 향을 전하고 있었다. 이제 제주살이에서 다 이룬 것 같았다. '꼬마 자동차 붕붕'처럼 나의 '청풍'도 달콤한 귤꽃 향에 기운이 나서, 흥얼거리며 중문을 넘었다. 힘든 줄도 모르고.





  •  법환마당 인증 센타. 드디어 10개의 도장을 다 찍었다. 하하하










 법환마당 인증센타 앞에 위치한 '제스토리' 카페에서 '당근케잌'과 '한라봉쥬스'를 나에게 상으로 주었다. 그리고 여기서, 아기자기한 기념품들을 사는 사치를 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