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8 인도('18.1.4~18)

타르 사막 투어(1.9-10)

여름숲2 2018. 1. 23. 15:54

* 1월 9일

자이살메르 사막투어

오후 2시 사막 사파리가 시작되었다.  짚 차에 우리 일행 5명을 태우고, 황량한 벌판을 달린다. 1시간 30분쯤 지났을 무렵,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낙타가 보인다. 낙타 5마리와 어른 2명 아이 1명의 마부가 기다리고 있다. 낙타는 생각보다 높아서 떨어질까 하는 공포감이 들었다. 거기다 소문대로 안장통이...자전거바지를 가져올 걸 그랬나? 그래도 1시간 정도 가니, 거칠은 황야가 아니라 고운 모래사막이 나타났다. 신이 난 우린 이리 뛰고 저리 뛰면서 인생사진을 건져보겠다고.....그러는 사이 사막 너머로 해가 지고 있었다. 붉은 해가 손에 잡힐 듯 가깝게 느껴졌다.
그 사이 저녁이 준비되어 있었다. 감자와 닭고기를 넣은 카레와 밥, 로띠였다. 마침 맥주를 팔러온 행상인도 있어,  즐겁게 저녁을 먹었다. 요리한 불은 캠파이어로 변신했고, 그 안에 닭과 감자 고구마가 익어가고 있었다. 장샘이 준비해온 소주와 잘어울리는 바베큐를 먹으며,기분이 좋아진 우리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밤은 알맞춰 깊어갔고, 하늘에는 촘촘한 별들만 가득찼다. 삼태성과 오리온 자리를 보고 있을 때, 놀랍게도  별똥별이 떨어졌다.
나에겐 빌고싶은 소망이 있기에 살짝 초자연적인 힘에게 의지해봤다.
모래사막에 누워 별을 헤아리던 그 순간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그러나, 거기까지.
고통스러운 밤이 찾아왔다. 허리가 약한지라  좌식생활의 고통이...
더럽고 허름한 텐트에 5명이 낑궈자야하는 고통과 사막모래바람이 뚫린 문 사이로 끊임없이 들어와서, 목에 가득찼다. 게다가 밖에는 음식 냄새를 맡은 개들이 찾아와, 화장실조차  가기 두려웠다. 그렇게 긴 밤이 시작되었다.

 길고 긴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토스트와   먹고 다시 왔던 길을 짚어 원빈 사파리에 돌아오니 11시였다. 다행히 유쾌한 원빈이 방을 내줬고, 우린 거기서 씻고(비록 더운 물은 안나왔지만) 숼 수가 있었다.
원래는 성안의 이슬람 사원 루프트탑에서 밥을 먹고자 했으나 우리의 체력이 그렇게 되질 않았다. 원빈 사파리가 있는 아부 레스토랑 루프트탑에서 세번째 식사를 한다.ㅋ
자이푸르행 기차는 4시 45분에 정확하게 출발했다. 3ac. 3칸으로 된 침대칸이다.ㅠㅠ 아, 난 스페인 야간열차 이후 야간열차는 안타리라 다짐했건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일행들이 타고 싶어했기 때문이다.ㅠㅠ
창밖으로는 끝도 없이 사막이 펼쳐지고 있다. 조드푸르를 지나 자이푸르까지 장장 12시간의 대장정이다. 그저 내 허리가 잘 버텨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타르 사막 Thar Desert


 오후2시 원빈 사파리를 출발한 지프는 60Km쯤 사막을 달린다. 보이는 것이라고는 온통 황량한 벌판 뿐이다. 가끔 소나 염소 떼가 보이기도 하고, 사막의 작은 마을을 지나더니 찻길이 끊어진 사막가운데를 조금 더 달렸다.



멀리 보이던, 낙타 무리가 가까이 보였다. 아? 오늘 우리가 탈 낙타구나!




   낙타를 타는 일을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살아있는 생명체이기 때문에, 거기가 키가 큰 동물이기에 앉았다가 일어서는 과정에서 쿨렁거림이 심했다. 손잡이라고는 안장 앞에 있는 10cm 가량의 조그만 봉이 전부였다. 그나마 그 봉에 배낭을 걸고 남을 공간을 잡도록 했다. 나는 흔들리는 낙타 위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두손으로 그 봉을 꼭 잡았다. 몸의 균형을 잡는 일은 힘들었다. 낙타 위에서 떨어지면, 최소한 골절상은 입을 것 같은데, 사람들은 어떻게 이 자세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거지?   겁 많은 나에게는 어림없는 일이었다. 그저 떨어지지 않으려고 집중, 집중하는 수밖에 없었는데, 설상가상으로 익숙치 않은 낙타인지라 안장통이 왔다.  야영지까지 가는 1시간이 길게만 느껴졌다.






  드디어 야영지에 도착했다.

  어제 원빈은 자신의 사파리의 장점을 자이살메르에서 멀리 가기 때문에 사람이 없다. 그래서 조용하게 별을 볼 수가 있다. 라고 했는데, 정말 여긴 우리밖에 없다. 오늘 밤, 여기는 우리 일행 5명의 세상이다.


원빈이 했던 것처럼 어린 낙타 몰이꾼이 짐을 정리하고 있다.






  장샘이 맨발을 벗자고 했다. 잠시 망설이다 양말을 벗었는데, 발가락 사이로 들어오는 모래가 따뜻하고 부드럽다. 발이 자유로워지자 우리들의 마음도 자유로워졌다. 개구장이처럼 팔짝팔짝 뛰며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살짝 불어오는 모래바람에 핸드폰이 고장난다기에 조심스러웠지만, 어느새 그런 경계심마저도 사라지고 고운 모래를 밟는 촉감에 모두들 홀릭했다.


조드푸르에서 100루피(1800원)에 산 스카프가 사막과 잘 어울렸다. 아름다운 색이다.


그러는 사이 해가 지고 있었다. 아무도 없는 사막에 오직 우리의 발자국만이 점점이 찍히고 있다.




그때 어린 낙타 몰이 소년(14살이라 했다)이 센스있게 짜이를 배달해 왔다. 감동한 장샘이 팁을 듬뿍 줬다.

이 소년이 사진 찍어주겠다고 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나는 이 어린 원빈의 모습이 이뻐서 한장 찍었다.

나중에 저녁을 먹으면서, 낙타가 자기 것인가 물었더니, 낙타 주인은 따로 있단다. 내친 김에 보수도 물었는데, 가장 어른으로 보이는 사람이 4000루피, 나머지 사람들이 3000, 혹은 2000루피 정도 받는단다.





사막의 해는 순식간에 떨어졌다. 모두들 망연하게 앉아서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런 순간이 앞으로 또 올 수 있을까?





  자리로 돌아왔더니, 저녁이 준비되었다. 낙타 몰이꾼들이 준비한 저녁이었는데, 치킨 카레와 밥, 로띠였다. 맛이 훌륭했다. 저녁식사를 마친 후 밥한 모닥불에 치킨과 감자, 고구마 등을 묻어두고, 다 함께 둘러앉았다. 하늘에는 별이 뜨기 시작했다. 누군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20대 시절에 즐겨부르던 노래들이었으니, 아마, 마음이 그 시절로 돌아간 듯 했다. 노래가 끝나는 사이사이에 김광석의 노래가 흘렀고, 하늘에는 점점 별이 많아졌다. 은하수가 하늘을 가르고 있는 가운데, 삼태성이 선명하게 보였다. S샘이 카시오페아 자리와 백조자리를 알려줘서 모두들 신기해하며 보고 있었다. 그때, 반짝, 무언가 하늘을 가르고 있었다. 아, 별똥별이다! 나는 재빨리 소원을 빌었다. 내게는 간절하게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기에. ..  아름답다. 오늘의 별똥별은 나를 위해 마련한 것처럼 나를 향해 선명하게 다가왔다. 혹은 나만 보라고 한 것인지, 다른 샘들은 못봤다고 아쉬워했다.

이렇게 찰라 인것을! 삶 또한 그럴 것이다. 다만, 저 별처럼 한 순간이나마 찬란하게 빛나기를 소망해본다.






  이미 별똥별을 봤기에, 그 다음의 모든 것은 그저 후일담일 뿐이다.ㅋㅋ 별이 깊어갈 무렵, 치킨이 익어서 모두들 한껏 기분이 고양된 상태로 술을 마셨다. 그리고, 다들 기분이 좋아져서, 다시 모래 언덕으로 올라갔다. 아무도 없는 칠흙같은 모래 언덕에서 우린 어린아이처럼 누웠다. 그리고 말없이 별을 봤다. 하늘을 가득 메꾼 별들을 보며, 가슴 벅찬 아름다움에 한껏 취했다. 그러나, 사막의 밤, 모래가 찼다.



  이미, 허리가 아프기 시작한 나는 침낭을 가졌기에, 가장자리에서 자겠다고 호기를 부렸다. 그 결과, 닫히지 않는 문 사이로 밤새 모래 바람이 불어왔다. 코와 귀와 입에 모래가 들어왔다. 침낭을 뒤집어 썼더니, 이번에는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가뜩이나 추울까봐 오리털 파카까지 입고 자기 때문에 숨이 갑갑한데, 얼굴까지 가리기가 어려웠다. 침낭위로 덮은 100년은 빨지 않았을 것 같은 이불은 어찌나 무거운지 돌덩이를 얹고 자는 것 같았다. 결국 새벽을 기다리다, 텐트 밖으로 나왔더니, 이번에는 들개가 기다리고 있다. 아...숨쉬기도 힘들고, 텐트 안은 좁아서 몸을 돌리기조차 어렵고, 모래는 불어대고, 화장실을 가고 싶고, 바닥은 불편해서 허리를 압박하고....이러다, 아침에 허리가 아파서 일어나지 못하는 게 아닐까 두려웠다. 아름다운 별똥별에 대한 댓가가 가혹했다. 그러나, 길었던 밤이 지나고 아침이 왔다. 그리고, 내 허리는 일으켜 세워졌다. 그러면 되었다.

  돌아오는 길은 온 순서를 그대로 밟고 오는 것이었다. 사막 마을을 지나는데, 꼬마가 뛰어나오더니, 함께 걷는다. 나의 낙타몰이꾼이 그 꼬마의 아버지였다. 참 다정해 보이는 모습에 저절로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렇게 원빈네에 오니, 오전 11시였다. 우리는 원빈이 제공하는 숙소에서 잠시 쉬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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