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18 인도('18.1.4~18)

자이살메르(1.8)

여름숲2 2018. 1. 23. 01:56

* 1월 8일 (자이살메르)

  아침 8시에 자이살메르행 버스를 탔다. 외국인은 우리뿐이다. 낯선 인도인들이 가득 버스에 탔다. 심지어 서서 타는 사람들도 있고, 시골 완행버스처럼 복작거렸다. 차장이 수시로 요금을 받으러 다니고. 시골 마을마다 정차해서 끊임없이 사람들이 내리고 탔다. 멀미하는 어린 아이가 장샘의 옷에 토하기도 했다.ㅠㅠ 휴게소란 개념은 없어서, 중간에 정차할 때마다사람들은 알아서 잠깐씩 내렸다 타기도 했다. 우리도 화장실이 필요해서 차장(?)에게 말했더니, 가장 번화한 마을에서 세워줬다.  화장실을 갔는데, 아뿔사, 칸막이 안에 징검다리처럼 돌만 몇개 올려 놓았다. 다 노출된 3인용. 그나마, 맨 땅바닥이라 내용물이 그냥 훤히 다 보였다. 청소는 어떻게 하는 건지? 중국의 재래 화장실은 그래도 변기 형태는 있었는데. . ..ㅋㅋ
 그렇게 5시간 30분만에 자이살메르에 도착했다. 앞에 거대한 성벽이 버티고 있었다. 성벽 틈틈이 걸어놓은 빨래가 바람에 펄럭였다. 사람이 살고 있는 성, 멋지다!
 숙소는 5인용 2층 침대 도미트리, 그래도 우리 일행만 쓰기로 했다. 배낭여행의 진수^^  베드버그만 없다면 만사 ok다.
햇살 좋은 날, 빨래를 하려다가 빨래서비스를 맡기고, 성에 가보기로 한다. 그전에 내일 사막투어를 위해 원빈네 사파리에 가보기로 한다. 원빈이 우릴 먼저 알아보고 부른다. 유쾌한 원빈과 한참 수다를 떨고, 결국 거기서 사파리와 기차표를 예약한다. 신이 난 원빈은 마침 우리가 어제 산  스카프를 보더니, 두르는 법을 알려준다. 신기하다. 이렇게 사막의 모래바람을 막는구나 하는. 

  사람 냄새가 물씬 나는 성에 때마침 해가 지고 있었다. 일몰을 잘 볼 수 있는 곳으로 열심히 가다보니 어느 집 옥상이다. 급한김에 우선 사진부터 찍고 본다. 그때, 한 할머니가 올라오시더니, 집주인이라며 사진찍자고 하신다. 얼떨결에 사진찍고 나니 돈을 요구하신다.ㅋㅋㅋ 생각해보니, 그 할머니는 집주인이 아닐지도. . .
  오늘 상숙샘은 사진발 제대로 받는다. 어떻게 찍어도 모델포스다. 기분이 좋아진다.
 성 내 풍경은 각종 관광기념품 가게로 다소 상업적이다. 나도 여기서 시바의 브론즈와 마크네틱을 샀다.  S는 아직 못 끊은 기차표와 비행기표를  끊기 위해 여행사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그렇게 하루 일과를 마치고, 우리는 원빈네 투어 옥상 레스토랑으로 와서 불이 켜진 성벽을 바라보며 킹프레쉬로  하루일과를 마친다. 평화롭고 아름답다.



1156년에 라지푸트(옛 라지푸타나 지역에 살던 전사계급)의 우두머리 라왈 자이살이 세웠다. 트리쿠타 언덕에 세워진 900년 된 이 성은 성벽 둘레를 따라 99개의 보루가 있다. 도시가 내려다보이는 한 구릉 위에는 왕궁, 고대 자이나교 사원, 기아나반다르('지식의 보고')라고 불리는 도서관 등을 갖춘 성채가 자리잡고 있다.

기아나반다르 도서관에는 산스크리트·프라크리트로 씌어진 고대문헌들이 있다. 파키스탄을 넘어 중앙아시아 그리고 유럽으로 이어진 융성한 교역로 중 가장 번성했던 황금빛 사막의 도시는 사막을 가로질러 인도 북부로 가는 길도 지배하면서 크게 발전했다.

하지만 18세기 해상 무역의 발달로 육로 무역이 쇠퇴하면서 자이살메르의 위상이 떨어지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게 되었다. 오늘날 화려한 옛날의 흔적만 남은 도시를 찾아오는 이들은 사막과 낙타를 만나러 오는 여행자들뿐이다. 무수히 많은 별과 함께 하는 사막의 밤은 생애 처음 사막을 만나는 사람이라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의 장소가 될 것이다. 사막 위에 사암으로 지은 건물 때문에 도시 전체가 황금빛을 띠고 있어 ‘골드 시티(Gold City)’라는 애칭으로 불린다.(* 다음 백과)







모래위에 세운 성, 평화롭고 아름답다. 이 두건이 원빈이 해준 스카프다. 이때 잘 배워서 사막에 가는 동안 유용하게 사용했다. 모자는 바람에 날리지만, 이렇게 두건을 쓰면, 햇빛도 차단되고, 모래도 막을 수 있어서, 매우 쓸모가 있었다.



 이 청년이 26살 원빈이다. 오래전, 이 청년이 열 두세살의 낙타몰이 소년이었을 때, EBS 테마 여행에 출연했다고 한다. 그때, 이 영민한 소년에게 누군가가 원빈 닮았다고 하는 바람에 원빈으로 유명해졌다고 한다. 그후 한국말도 배워서 꽤 잘 한다. 지금은 낙타 사파리 회사를 차려서, 한국인 여행객들에게 아주 유명하다. 한국에 한번도 와본 적이 없다고, 가보고 싶다고 말하는 그의 모습은 닳고 닳은 장사꾼이라기보다 순박한 시골 청년같다. 다소 오버액션이 부담스럽지만, 그가 풍기는 유쾌한 에너지가 지친 여행객들에게 청량감을 주기도 한다. 할 수 있는 것은 최선을 다하려는 모습도 건강해보이고. 파키스탄 사람과 김정은은 '또라이'라고 말하는 그의 단순함도 유쾌하다. 그가 한국인들에게 실망하지 않고, 오래도록 긍정의 에너지를 가지고 자수성가 하기를 기원해본다.











  우리 숙소인 게스트 하우스와 원빈 사파리 건물 옥상에 있는 레스토랑.

실망스런 게스트 하우스였지만, 그런대로 배낭여행의 기분을 내기도 한 숙소였다.

인도에 와서 처음 느낀 것은 '인구 밀도'가 사람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가 하는 것이었다. 델리의 악사르담 사원에서 어마어마한 인파 속에 끼여 있을 때 살짝 가슴이 답답해지며 공포스러운 느낌이 왔었는데, 그때 알았다. 사람이 폐쇄 공포증을 가져올 수도 있다는 것을. 그런 의미에서 이 자이살메르는 가장 인구밀도가 낮은 도시였다. 사막에 있는 조그만 시골마을이었으니 당연한 것이지만, 그것이 참 마음을 편하게 했다. 그래서였는지, 우리는 숙소 근처에 있던 원빈 사파리 루프탑레스토랑에서 2번이나 저녁을 먹었다. 한적한 곳에서 고성을 바라보며 앉아 있을 수 있다는 것만으로 참 행복했다.





이 사진이 정체모를 할머니에게 돈 내고 찍은 사진. ㅋㅋ




성안의 모습. 사람들이 살고 있다. 사원도 있고, 상가도, 여행사도, 기념품점도, 호텔도, 식당도 있다. 어떤 글에서, 원래 설계할 때의 상하수도 시설이 지금의 늘어나는 인구 때문에 턱없이 부족하다고 읽었다. 특히 호텔 등이 마구 지어지면서, 시설 규모가 감당하지 못하는 바람에 매년 성이 급격하게 붕괴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가급적 성안에 숙소를 잡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역시 어느 성이나, 전망은 좋다.



  인도에서 우스운 일들이 몇가지 있었다.

  예를 들면, 공항에 도착해서 차에서 내리면 누군가 쏜살같이 가방을 든다. 어,어, 공항 직원인가? 그리고, 체크하는 곳으로 앞서 가는데, 그 과정에서 말릴 틈이 없다. 그리고 수수료.ㅋㅋ

  여기서도 석양을 보고 있는데, 갑자기 이 할머니가 오더니, 같이 사진찍자고 하신다. 우리는 이미 조드푸르에서 사진찍힘을 많이 당해본지라, 아무 경계없이 사진을 찍는다. 그리고 수수료.ㅋㅋㅋ

  릭샤든 뭐든 시설을 이용하고 약속한 금액을 주면, 거스름돈이 없다며, 혹은 팁이라며 그냥 가져간다. 나중에 우리는 꼭 거스름 돈을 만들지 않고 돈을 주는 영리함을 갖게 되었다. ㅋㅋㅋ

 그래도 탑은 바라나시에서 있었다. 갠지스 강가에서 보트를 타고, 강 건너로 갔는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누군가 와서 악수를 청한다. 아, 순수하고 정감있는 인도인?  생각할 틈도 없이 악수하는데, 악수하는가 싶었던 손이 그대로 팔을 주무르며 어깨까지 올라간다. 그리고 수수료. 안마란다. 더 원하면, 돈 더 내면 해주겠단다.

 하하하 우리는 봉이야~~~

 


* 1월 9일

 아침에 가디사가르 호수에 가 보기로 한다. 차와 소와 오토바이가 정신없이 엉켜있는 거리를 걸어서 사막의 오아시스에 닿았다. 지금은 그저 더러운 물이지만, 그 옛날 이곳은 물을 가진 도시라는 영예를 누렸을 것이다. 한 미천한 여자가 왕의 환심을 사기 위해 지었다는 붉은 사암의 건물이 낡고 누래져 무상한 삶을 말해준다.  그래도 낙타가 쉬고, 행상인들이 숨돌렸을 오아시스를 상상해보며 잠시 쉰다.
  어제는 자이살메르 성안을 둘러봤으니, 오늘은 성밖 주민들의 삶을 엿보기로 한다. 미로같이 이어진 좁은 골목길을 소들과 함께 걷는다. 여긴 소뿐만 아니라 돼지도 새끼를 데리고 골목길을 헤매며 먹이를 찾는다. 개같은 돼지다.


가디사가르 Gadi Sagar 호수

겨울이면 물새 떼를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가디 사가르는 1367년 마하라왈 가디 싱(Gadsi Singh)에 의해 지어진 곳으로 이곳에는 흥미로운 일화가 전해져 내려온다. 호수가 완공된 후 한 매춘부가 돈을 지불하여 도로를 가로지르는 문 ‘띨론끼 뽈(Tilonki Pole)’을 세우려고 했지만 위엄을 해친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그 후, 그녀는 왕이 자리를 비운 사이에 문을 만들고, 그 위에 크리쉬나 사원을 세워 왕이 문을 파괴하지 못하도록 했다. 가디 사다르에는 엄청난 크기의 메기가 살고 있는데, 과자나 빵을 가지고 가서 호수에 던지면 경악스러울 정도로 많은 메기 떼를 볼 수 있다.(* 다음 백과)




입구







인공호수라는데, 사막에 사는 사람들에게 오아시스가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생각하면, 백성들에게 물을 줄 수 있는 권력자의 힘을 과시하는 구조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지금은 비록 더럽고, 냄새나지만, 한때는 아름답고, 풍요로운 오아시스였을 것이다. 사막에서 건기에도 이런 정도의 물을 가질 수 있다니, 놀랍기도 하다.



 자이살메르 거리 풍경


가디사가르 가는 길에서, 또 맹한 나는 야무지게 거절하지 못하고, 팔찌를 만들었다. ㅋ 결국 커서 하고 다니기도 어려웠지만. . .그들에게 기쁨이 되었다면 좋은 일일 것이다.


악기 연주에 맞춰 춤추는 꼬마가 귀엽고 깜찍하다고, 장샘이 돈을 주고 사진을 찍었다. 현란한 움직임으로 춤을 추지만, 돈을 주지 않으면, 사진을 못찍게 한다. 문득, 이 아이는 여기서 춤을 추지 말고, 학교에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거리 풍경. 우리가 있었던 곳이 비교적 한산하고 조용한 곳이었다면, 성 주변의 마을은 미로같이 이어졌다 좁은 골목과 골목이 끝없이 이어지고, 소들이 느리게 걸어가는 사이로, 오토바이와 자전거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래도 집 앞에 이런 가네샤 그림을 그려 두기도 하고, 예쁜 그림을 그려 둔 집도 있었다. 골목이 좁고 어두워서, 상숙샘은 힘들어했다. 이런 공간도 퍠쇄 공포증을 유발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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