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자전거 레슨

레슨 8회 -가양대교에서 시천교까지(2012.11.4)

여름숲2 2012. 11. 9. 17:23

어디야한강지도

 

 

 

 

꾸물꾸물한 날씨 탓에 마지막까지 갈까말까 망설이다 잠깐 햇빛을 본 듯하여 길을 나섰다. 가양대교 아래 차를 주차한 후 출발했다. 바람이 거칠었다. 비가 오려는지 바람의 방향은 거꾸로 불었다. 등 뒤에서 밀어주는 바람과 꾸물꾸물한 날씨 탓에 자전거 길이 한산한 오늘같은 날 한번 속도를 내볼꺼나? 하고 생각한 것은 아니고, 쓸데없이 다리에 힘만 세서..... 그냥 밟아도 25KM였다. 일직선에 사람이 없자 선생님이 좀더 빨리 달려보라고 했다. 그래서 심장이 뛰도록 패달을 밟아봤다. 뒤에서 따라오시는 선생님이 '35km, 37km...'이러시는 것이 아닌가? 혹시 내가 소질이 있나? 진작에 사이클에 도전했으면 인생이 달라졌을지도.... 하며 또 잘난 척을 하다보니, 심장이 마구 뛰었다. 이 놈의 심장은 남자 앞에서도 안뛰는데, 자전거 앞에만 서면 죽을듯이 뛰니.... 어쩌란 말이냐? 영양가도 없이...

헉헉대며 속도를 늦추자 겨우 숨이 쉬어지며, 100m를 고비로 저질체력을 체감하며 다시 겸손한 자세가 되었다. 헉헉.......헉헉......

돌아오는 길은 역풍을 뚫고 오는 길이라 20KM속도를 내기도 힘들었다. 속도는 커녕 나중에는 다리가 아파서 이러다 주차장까지 못가는 사태가 난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밀려왔다. 겨우 고걸하고 나가떨어지면, 선생님이 날 제자에서 추방하지 않을지,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나의 저질체력을 나이탓이라 수근대며 비웃지 않을지.. 생각만해도 모골이 송연했다. 그럴수야 없지. 아직은 청춘인데... 이런 강습과는 눈꼽만큼도 관계가 없는 망상을 하는 가운데, 불현듯 추어탕집이 나타났다. 어1 꼭 먹어줘야 할 것 같다. 평소 식당에서 핼멧 쓰고 들어오는 라이더들을 보면 엄청 멋져 보였는데... 추어탕집에서 선생님께 학구적인 자세로 진지하게 질문했다. " 자전거타는 여자들이 실내에 들어오면 핼맷을 벗나요? 그러면 머리는 어떻게 수습하나요? 웃길텐데.."  선생님은 나를 한참 멍하니 쳐다보더니, 그냥 웃었다. 그리고 " 이집에 자전거타는 여자들이 자주 오는데,,,, 오늘은 없네"

ㅠㅠㅠ 화장실에가서 거울을 봤더니,ㅠㅠㅠㅠ

그래도 추어탕은 엄청 맛있었다. 앞으로 자주 와야지!

갈 때는 좀더 멋있게 가야지! 했는데,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해서 멋이고 뭣이고 할 것없이 그저 줄행랑을 쳤다.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