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자전거 레슨

레슨 6회 (2012.10.28. 신원역에서 양평역까지 왕복 34km)

여름숲2 2012. 10. 30. 21:51

 

 

신원- 양수-팔당

청명한 가을날이다.

아침 10시에 만나 자전거를 싣고 양평으로 떠났다. 드디어 남한강길에 도전하는 것이다.

신원역은 소박하고 조그만한 시골역이었다. 주차장도 넉넉하고...

여기저기서 라이더들의 모습이 보이기 시작했다. 조심하며 오른쪽 기어 3단. 왼쪽 8단을 놓고 양평역을 향해 출발했다.

눈부신 가을 경치가 울긋불긋한 색채의 향연을 펼치고 있었지만, 자전거에 집중하느라 제대로 즐길 수가 없었다. 힐끗힐끗 견눈질하며 자전거페달을 밟는데, 눈앞에 터널이 다가왔다.

 

 폐 기차레일로 만든 자전거길이란다. 들어가니, 오른쪽 갓길이 사라지며 오로지 좁은 자전거 길만 보인다.  공포가 밀려왔다. 벽에 부딪치거나 중앙선을 넘을 것 같아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데, 장애물이 너무 많았다. 모처럼의 가을 휴일이라 수많은 인파가 몰린 것이다. 특히 가족끼리 와서 생활자전거를 타는 사람들과 엉키니, 속도조절하기가 어려웠다. 느리게 가는 것이 더 위험했다.

 

대 여섯개의 터널을 헤치고 밖으로 나오니,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다운 자전거 길이 나왔다. 작은 간이역이나, 음식점에서 사람들이 아이들과 떠드는 소리가 맑게 울려퍼졌다. 그렇게 지나가다 보니, 남한가이 펼쳐지고, 나무 테크가 놓인 자전거 길이 다리위에 펼쳐졌다.

 

 나무가 부딪치며 내는 소리가 경쾌하게 울렸다. 바람을 가르며 달리다 보니 양평역에 도착했다! 하면 좋겠지만, 사실은 마주 오는 사이클에 놀라 급정거하는 바람에 대형 사고를 낼 뻔 했다. 다행히 바로 뒤에서 쫓아오던 선생님의 위기 대처 능력 때문에 무사했지만, 선생님 뒤로 줄줄이 급정거하는 라이더들의 따가운 눈초리가 장난이 아니었다. ㅠㅠ  정차는 갓길에서!!!!

두번 정도 더 그렇게 급정거하는 위험을 초래한 후에에 겨우겨우 양평역에 도착하니, 오른쪽 손가락이, 특히 엄지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너무 긴장하고 힘을 주어서 그런가 보다.

돌아오는 길은 바람을 등지고 오는 길이라 훨씬 수월했으나. 오른쪽 손가락에 힘을 줄 수가 없어서 기어 변속이 되질 않아 언덕마다 서야 했다. 선생님께 말씀드리기도 뭐해서 참고, 참고, 또 참고, 겨우겨우 신원역에 도착했다.

 

그날 나는 처음으로 숟가락을 들 힘도 없다는 말을 생생하게 체험했다. 거짓말처럼 오른손에 감각이 없어지고, 힘이 들어가질 않는 거였다. 저녁에 꼭 만나야 하는 사람이 있어 함께 술을 마시는데, 안주를 젓가락으로 들 수가 없어서.... 몇번을 바닥에 줄줄 흘리며,,, 결국 왼손의 도움을 받아가며, 힘들게 먹었다. 그러나, 술잔은 들 수 있었으니.......

 

ㅋㅋㅋ 옛말이 생각났다. 남자는 젓가락 들 힘만 있어도 바람핀다는.....  혼자 바람필 수도 없이 된 나의 신세를 생각하며 슬밋슬밋 웃음을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