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이야기/끄적끄적
한때,
첫사랑 그 남자의 전화번호가
불도장처럼 머릿속에 새겨진 날이 있었다.
그때,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떠나는 그 남자에게 내일이든 먼 후일이든
그대가 부른다면 나 거기 있을거라고 편지를 썼다.
지금,
나는 1에서 9,
아홉 개밖에 안되는 숫자 중
그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그 남자는 나를 부르지 않는다.
문득,
옛날 전화기 앞에서
숫자를 더듬는 손가락은 소리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