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은 이야기/끄적끄적

1에서 9까지

여름숲2 2017. 10. 6. 11:30

한때,

첫사랑 그 남자의 전화번호가

불도장처럼 머릿속에 새겨진 날이 있었다.

그때,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고 믿었다.

떠나는 그 남자에게 내일이든 먼 후일이든

그대가 부른다면 나 거기 있을거라고 편지를 썼다.

지금,

나는 1에서 9,

아홉 개밖에 안되는 숫자 중

그 어느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

다행히,

그 남자는 나를 부르지 않는다.

문득,

옛날 전화기 앞에서

숫자를 더듬는 손가락은 소리가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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