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이야기/제주 자전거 여행('13.2.19~23)

제주 자전거 여행

여름숲2 2013. 3. 1. 19:29

축하해제주 자전거 여행

 

 

* 대략적인 개괄도

 

내꺼my course

 

 

1일  : 제주시- 용두암- 용담 해안도로(이호태우해변)- 하귀 애월 해안도로- 귀덕해안도로- 협재 해수욕장- 고산 일과 해안도로 -        대정

2일 : 대정 - 형제 해안도로 - 마라도 유람선 선착장 - 화순금 모래해변 - 중문-풍림리조트 - 신천목장- 외돌개- 서귀포

3일 : 서귀포 - 보목해안도로 - 쇠소깍- 남원 태흥 해안도로 -표선 해비치 해변 - 신산 신양해안도로- 섭지코지 - 성산

4일 : 성산 - 종달리 해안도로 - 세화 김녕 해안도로- 동북항해안도로- 함덕- 조천 해안도로- 신촌 삼양 해안도로-제주시

 

 

    1일

 

용두암 트래킹(아이러브바이크)에서 자전거를 빌렸다. 하루에 15,000원씩 4일, 총 6만원의 거금을 들여 자이언트 자전거를 빌렸다. 바퀴도 절대 빵구나지 않는 바퀴라는데..... 3박 4일 동안 묵묵히 열심히 달려준 로시난테!  충성스러우나 느리고 메마른,,,,,  로시난테, ㅎㅎ

 

 

처음 출발하고 만난 이호 태우 해변 근처

처음의 해안도로까지 진입하는 길은 복잡하고, 차들과 함께 가는 곳도 있어 조금 위험하다. 해안도로 진입하고서도 곳곳에 복잡한 구간들이 있어 마음도 복잡해진다.

 

구엄초구 돌 소금밭 '소금빌레'(빌레는 너럭 바위를 뜻한다고 한다)

 5000㎡(1500평)에 달하는 소금빌레는 400년 전부터 구엄리 주민들의 생업 터전이었다고 한다.  평평한 돌바닥에 진흙으로 둑을 쌓아 ‘빌레두렁’을 만든 후, 바닷물을 퍼 담는 것이 소금 만드는 첫 단계. 바닷물을 떠다 졸이고 또 졸이는 과정을 거치면서 바닷물이 15일 정도 햇빛을 충분히 머금고 나면 굵고 단맛이 나는 천일염이 만들어졌다. 제주에서만 볼 수 있었던 독특한 염전으로 1950년대 이후 명맥이 끊겼다.

사진은 복원해 놓은 것이다.

 

제주는 이미 봄이었다. 돌담안에서 싱싱하게 자라고 잇는 양배추

 

협재 해수욕장의 물빛은 말 그대로 옥빛이다. 20여년 전 물빛에 반해 어린 아이들을 이끌로 찾아 왔던 곳! 묶었던 민박은 사라지고 편의점이 보이는데, 물빛만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옥빛으로 반겨준다.

 

20년의 세월을 훌쩍 뛰어넘어 이곳에 선 낯선 아줌마!

 

1132도로를 만나고 올~ 레~

일주도로에 이렇게 자전거 도로가 고속도로로 깔려 있다니... 시골에서 막 상경한 아줌니의 뭔가 억울하고 속은 듯한 이 기분은?

그래서 신나게 달려본다. 달려본다

 

달려본다. 

 길과 밭과 집이 반복된다. 풍경이 그대로다. 아~놔~ @&*$%

 

 

그래서 해안도로를 찾아 들어간다.

쭉 달린다

할 수 없이 끈다

그리고 해안도로를 만나 쭉~ 모슬포까지 간다.

집들과 사람이 드문드문한 고산 일과 해안도로는 아름다운 풍광과 함께 달리기 좋은 자전거 길이다.

 

   2일

 

대정에서 춥고 냄새나고 옹색한 물을 견디며 하룻밤을 자고(대정에서 엄청 찾아다니며 정한 호텔이라는 이름의 모텔) 나오며 만난 모슬포 성당. 아름다워서 잠시 들렀다

 

이런 도로도 달리고

기념사진도 찍고

 

산방산이 보이고

유채꽃이 너무 화사해서 산방산과 기념 샷을 찍는 순간, 아주머니 한분이 뭐가 외치는 부산한 움직임이 포착된다. 깜짝 놀라 다시 자전거에 올랐더니. 사진 찍으려면 1명당 1000원을 내야 한다는 소리였단다. 이미 출발했는딩~ 다시 돌아 가서 1000원을 낼까 하다가 인물사진을 안찍었응께 꽁짜징~ (자전거는 ~명이 아니닝께)하는 생각에 냅다 줄행랑을!

 

이미 제주도에 찾아와 곱게 피워 낸 매화와 수선화!

 

유채꽃이 길가에 곱게 피어있다. 조금전에 아침부터 마신 올레길의 막걸리 탓인지,  막 어지러웠다. 봄날이 눈부셨다.

 

서귀포까지 가기로 했기에 시간이 남을 것 같아서 들른 '성문화 박물관'

ㅋㅋㅋ

성에 관한 모든 것이 전시되어 있었다. 이렇게 엄청나게 수집한 그는 누구인가? 

 

 

드디어 서귀포에 도착했다. 고 쓰지만, 사실 죽는 줄 알았다. 대정에서 중문, 중문에서 서귀포까지 이어지는 고바위, 고바위들의 연속으로 우리의 로시난테는 달리기를 포기하고 끌바에 의존해야 했다. 그래도 끝도 없이 이어진 고바위ㅠㅠㅠ

지체되는 시간들, 과연 오늘 중에 서귀포에 도착할까 하는 의구심이 들던 순간들, 걍 점프해버릴까 하던 속마음, 그리고 도착한 곳.

가장 깨끗해 보이는 건물 앞에서 멈췄다. 요 앞에 있던 '오렌지 호텔' 개업한지 1달 반 되었다고 하는데, 7만원이란다.이번 여행에서 최단시간에 결정한 숙소! 뜨거운 물이 콸콸~ 운동장만한 침대, 쾌적한 화장실~  아! 얼마나 그리웠던가! 뜨거운 물이 등줄기를 후려치는 그 순간이....

 

서귀포에서 감동적인 저녁식사를 했다. '쌍둥이 횟집' - 먹어도 먹어도 계속 나오는 요리의 행렬.. 심지어 횟집에서 함박스텍까지 나오는 기염을 토했다. 마지막에는 냄비에 밥을 볶아내고, 미역을 넣은 지리까지 먹고 나니 목 끝까지 음식이 찼다. 1인당 5만원이 결코 아깝지 않은 흐믓한 식사! 물론 다음날은 하루종일 고생했다.ㅠㅠㅠ

식탐으로 인한 고생이 하루이틀 일도 아니건만 음식 앞에서 한없이 작아만 지는 나의 자제심. 로마인들이 토하면서까지 먹었다는 탐미의 극한 체험을 하는 것도 아니고, 음식을 남기면 아깝다는 아줌마 정신에서 발로된 이 구질구질함에서 언제쯤이면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3일

 

동백꽃이 떨어진 보도블럭을 지나

 

 

전신주 사이를 요리저리 피해가며

 

 

 

아름다운 바다에 쏟아지는 햇살을 보며

 

고직녁한 마을길을 지나

 

방해하는 차를 피해

 

 

이렇게 위험한 곡예도 마다하지 않고

 

모래사장이 아름다운 표선해비치해변에 도착했다

 

 

올레 3코스의 신천목장에 들렀다. 바다길이 아름다워 다음에 걷기여행으로 꼭 오고 싶은 곳이 되었다. 추운 겨울 바닷바람에 귤껍질을 말려 화장품이나 기타 공업용품 등에 사용한다고 한다.

11월에는 장관이었다는데, 날이 풀리면서 귤껍질이 썩기 때문에 많이 거두고 이제 일부만 남아 있단다.

 

 

이렇게 자전거 도로를 막고 있는 차량들 때문에 위험한 곡예를 해야 해서 맘 속으로 차에 날카로운 기스로 내봤는데, 뒤에 용두암트레킹 사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자전거 도로는 제주도민 사이에 상반된 의견 충돌이 있다고 한다. 관광사업을 하는 사람들이야 좋다고 하겠지만, 농사나 수산업 등을 하는 일반 사람들에게는 주차공간을 빼앗기기만 하고 별 이득이 없는 길이라고 반대한단다. 자신들이 불편을 감수하면서 외지인들 놀라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내야하냐는 그들의 주장에 맘속으로 자전거에 흠집을 냈던 나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항상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함께 공존하는 것이 세상 이치라는 사실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자전거를 타고 이곳에 오는 자들은 무릇 겸손한 마음으로  삶의 공간을 내어준 제주 도민들에게 감사할진저!

 

 

 

 

 

드디어 성산 일출봉이 보인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인 섭지코지를 향해 간다

 

여기가 바로 안도 다다오의 기념비적인 건축물!

지난번에 왔을 때는 그냥 지나쳤기에, 이번에는 들어가서 차라도 한잔 해야지 하는 마음에 열심이 패달을 굴린다

 

앞에서 본 모습, 어렵게 올라갔는데 공사하느라 진입로가 막혔다. 다시 돌아가 진입로를 찾는 일이 너무도 험난해보여 그만 쉽게(?) 포기하고 내려온다.ㅠㅠ

 

 

 

 

유명한 '올인하우스'

지난번에 들른 곳이라 안에는 들어가지 않고 패스!

성산시내까지 들어오면 뭐하나? 소고기묵지~ 소고기 묵으면 또 뭐하나? 흑돼지 묵지~ 흑돼지 묵으면 뭐하나?

 

   4일

마지막 날이라 7시 20분쯤 출발하여 종달리 해안도로를 달리다가 배가 고파 들른 무인까페! 토끼섬 바로 앞에 있는 이곳에서 바다를 바라보며 컵라면을 먹고 원두커피까지 내려먹는 호사를 부려본다.

 

 

아름다운 까페와 바다와 로시난테

다시 해안 도로로 들어선다

 

물빛이 투명하다. 바다는 색색으로 자신의 깊이를 드러낸다. 저 맑은 옥빛, 그 너머 청록의 푸르름!

 

 

 

 

하늘은 이처럼 푸른데

 

바람은 미쳐 있다. 마주 불어오는 강풍에 속도를 내기는 커녕 내리막길에서도 패달을 밟아야만 내려간다

서서히 왼쪽 무릎의 통증이 아프게 전달된다.

 

로시난테도 지쳐 보인다.

 

바람이 어찌나 불어대는지, 나무도 한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내가 그 바람을 등으로 맞고 달릴 수만 있다면 영혼이라도 팔겠다는 심정이 되어 힘겹게 패달을 젓는다

설상가상으로 이제 김녕에서부터는 1132도로를 타야지 하는 부푼 희망을 안고 도로고 나갔지만, 아뿔사! 1132 도로는 온통 공사중이다. 자전거도로를 파헤쳐 자갈밭을 만들고, 있는 도로는 차선을 막아 겨우 1 혹은 1.2차로만 뚫어놓고 있다. 2014년까지 도로확장공사를 한다는데, 여기서 2014년까지 기다릴 수도 없어서 우회로를 지나고 우회로를 지나고 다시 도전해보지만, 결국 포기하고 다른 도로를 찾아본다. 

역풍과

고장난 무릎과

다가오는 비행기 시간에 맞서

자전거의 패달을 힘겹게 밟는다. 내리막 2단에 5단, 평지 2단에 3,4단, 오르막 끌바!   

 

 

그렇게 도착한 오후 3시 30분! 우리의 로시난테를 반납하고 완주증을 손에 들고 퉁퉁 부은 얼굴로 인증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