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야기

달 - 히라노 게이치로

여름숲2 2010. 6. 9. 10:56

 

 

 

 

 

 

 

 1897년 나라현 도츠카와 마을 왕선악(오센다케) 산중에 준수한 용모의 이하라 마사키가 서 있다. 그는 스물 다섯 살의 시인이다.

10살 남짓부터 신경쇠약에 시달리던 그가 발견한 치유법이 여행인데, '우에노로 갈까'하고 중얼리던 그에게 '아녜요, 벚꽃이 다 져도 요시노는 아름다운 곳인걸요'라고 말하는 서양풍의 아리따운 여인에 홀려 행선을 바꾼다. 기차의 옆자리에 앉았던 노인과의 우연한 만남과 황금 가루가 뿌려진 듯한 날개에 기묘한 붉은 점이 하나씩 박혀 있는 검은 제비나비를 만나는 기이한 체험 끝에 노인과 동행이 되어 구마노 본사로 향한다.  그러나 노인은 사라지고, 혼자 길을 잃고 헤매다가 검은 제비나비를 보고 따라가다가 그만 나비도 사라지고 밤이 된 지점에 그만 마비와도 같은 격통이 정강이를 뜨겁게 달군다. 뱀에 물린 것이다.

 사흘만에 눈을 뜨자 조그만 암자에 누워있는 자신과 자신을 구해준 엔유라는 이름의 노승을 만나게 된다.  노승은 그가 회복될 때까지 산사에 머물러도 되지만 선방 건너편에 있는 암자 근처에는 가지 않을 것을 약속하라고 한다. 그곳에는 나병을 앓는 늙고 추한 여인이 있어 자신의 추한 모습이 남의 눈에 띄는 것을 꺼려하기 때문이라 말한다. 

 마사키는 계속해서 스물살 정도의 여인이 달빛에 벌거벗은 모습으로 등을 보이며 댓자리 위에 서서 머리를 틀어올린 후 어깨 위로 물을 쏟는 꿈을 꾼다. 노승은 그가 빨리 내려가기를 종용하나 꿈속의 여인에 대한 알 수 없는 기분에 상처가 다 나아가는 데도 하산을 미룬다. 산중 절방에서 눈을 뜬 지 열닷새째 되는 보름달 뜬 밤, 자신도 모르게 달빛에 끌려 작은 암자 앞에 서게 되고, 꿈속에서의 여인이 목욕하는 모습을 보게 된다.  물을 끼얹던 여인이 떨어진 머리 핀을 집어들다가 마사키의 기척에 놀라 돌아보려던 순간 엔유가 나타나고, 여인의 모습은 사라지고 만다.

 다음날 아침, 산을 내려온 마사키는 다시 다리의 통증과 두통이 시작된 것을 알게 된다. 오타니의 여숙에서 다키와 그녀의 딸 도카코에 대한 듣게 된다. 25년전 아름다운 다키는 객실에 꽂을 꺾으러 산에 갔다가 실종되었다가 그 다음날 실성한 채 돌아와 커다란 뱀의 아이를 가졌다고 말한다. 딸을 낳았는데, 다키는 딸의 눈을 보더니, '뱀이 쏘아본다. 무섭다...'하고 울더니, 결국 절벽에서 떨어져 죽는다. 그무렵 어느 행려승이 아기 눈에 살이 들었다며, 그  눈을 쳐다본 사람을 상하게 하든지 죽게 하든지 하는 눈이라고 한다. 다키의 어머니도 시난고난 앓다가 2년 후에 죽었고, 다키 아버지는아기를 쳐다보기도 끔찍해해서 멧돼지 가죽으로 아기의 코와 입만 남겨두고 얼굴을 둘둘 감아 버렸다. 그러던 어느날 개화기 일본의 탄불 정책을 피해 산속을 떠돌던 엔유스님이 이 아기를 보자, 다키의 아버지는 이 아이가 나병에 걸려 얼굴을 감쌌다고 둘러 댔다. 스님은 전염이 우려되니 자신이 데려가겠다고 말하며,아이를 데리고 왕선악 숯가마 자리에 암자를 짓고 살았는데, 차츰 마을과 연락이 끊기게 되었다고 한다

  도카코의 슬픈 이야기를 들은 마사키는 핏물이 밴 발을 질질 끌며 다시 왕선악 초입에 들어섰지만, 길을 잃고 결렬한 통증에 시달리며 쓰러진다. 얼마 후 정신을 차린 마사키는 다시 나타난 나비의 안내를 따라 쫓아가고, 마침내 암자 앞에 서는데, 달밤의 흐드러진 꽃은 사라지고 폐허의 뜰을 보게 된다. 도카코를 만나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 자, 어서 제발 내게 그 얼굴을 보여주오, 이 어둠을 찢고 부수고, 그리고 그 눈동자로, 그 반짝이는 눈동자로, 나를 쏘아 주시오,....깊이....깊이....나를.....모든 것을!"

 다음날 아침 암자 문간에 쓰러진 다카코를 안고 암자 밖으로 나온다. 그때 그의 팔 안에서 얼룩진 백발 한줌이 흘러내려 바람에 흔들리고.....

다카코가 남긴 핏자국에서, 바라보기도 아까울 만큼 아름다운 한 마리 나비가 홀연 날아올랐다.

도카코의 슬픈 탄생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마사키는 더 걷잡을 수 없는 기분에 사로잡혀 한번이라도 더 그녀의 모습을 보기 위해 산으로 뛰어들어간다.

탐미적이 소설이다. 유려한 문장과 몽환적인 분위기가 뿜어내는 삶과 죽음와 경계, 꿈과 현실의 경계가 서로 어울러졌다가 멀어졌다 한다. 김동인의 '광화사'가 한동안 탐닉했던 일본의 탐미적 소설의 계보에 있는 작품이다. 시대는 다르지만,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분위기인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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