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23일 월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문을 열면 비가 들이친다. 습기가 몸에 배기 시작한다. 그래도 아직은 빗방울이 데크에 내리치는 소리가 좋다. 오늘은 비 오는 날 할 수 있는 일을 하기로 한다.
자연사랑 미술관
신기하게 이 동네에는 또 다른 사진작가가 산다. '자연사랑 미술관'의 서재철 사진작가가 그 사람이다. 역시 폐교에 만든 미술관인데, 뜻밖에 작가가 직접 표를 팔았다. 왠지 송구한 느낌. 제주도의 오름사진과 신문기자였던 시절에 찍었던 제주도 기록사진들이었다. 특히 기록사진들은 사라진 제주의 모습을 붙잡아 놓은 듯 생생하고 놀라웠다. 용눈이 오름과 다랑쉬 오름에 대한 해석에서 서재철이 사실적 아름다움에, 김영갑이 자연에 자신의 색을 덧입혀 만들어내는 기교적 아름다움에 천착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였다.
* 참고(팜플렛)
폐교를 이용하여 마련된 '서재철 갤러리 자연사랑 미술관'은 30여년 동안 언론계에서 사진기자로 일해온 서재철이 찍은 제주의 한라산을 비롯한 신비스런 자연과 제주사람들의 삶의 현장인 포구, 해녀 등을 전시하고 잇다.
서재철은 1947년 제주에서 출생/ 제주신문 사진부장/ 제민일보 편집부국장을 역임하며, 제주 사진을 찍어 왔다.
엉또 폭포
엉또 폭포 |
오늘은 뭘하지? 인터넷을 검색해 봤다. '비 오는 날 제주' 바로 '엉또 폭포가 나왔다. 처음 듣는 이름이었다. 평소에는 건천이지만, 비오는 날은 나이아가라 폭포를 방불케 한다는 .....
제주는 날씨가 정말 변화무쌍하다. 맑은가 하면 구름이 끼고, 비가 오는가 하면, 갑자기 하늘이 맑아지고, 눈이 왔다 하면 교통이 불능상태가 되고, 비가 왔다 하면 줄기장창 며칠씩 오고, 비와 함께 안개가 교통을 불가능하게 하는가 하면, 어마무시한 강수량으로 도로를 강으로 만들기도 한다. 아, 이래서 섬이구나 하는 느낌.
오늘이 바로 그런 날이다. 비상등을 켜고 조심조심 운전하지만 갑작스런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비닐하우스 물통에서 폭포가 쏟아진다든가 하는... 이런 역경을 뚫고 '엉또 폭포'에 갔다. '엉'은 작은 굴, '또'는 입구라는 뜻의 제주어이다. 아마, 저 폭포 안쪽으로 작은 동굴이 있는 듯하다.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작은 다리를 건너는데, 어마어마한 소리와 함께 폭포에서 흘러나온 거대한 물줄기가 다리 아래로 흐른다. 예사롭지 않은 소리에 놀라 조심조심 길을 따라 올라가 본다. 한 10분쯤 가자 드디어 모습을 드러내는데, 진작 소리에도 놀랐지만, 압도적인 폭포에 깜짝 놀랐다.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말은 괜한 농담이 아니었다. 장쾌한 폭포수가 눈앞에서 물보라를 뿌리며, 압도적인 속도로 떨어진다. 김수영의 폭포가 생각났다.
폭포
-김수영-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懶惰)와 안정을 뒤집어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술 박물관
돌아오는 길에 술 박물관에 들렀다. 이때까진 왠 술 박물관했는데, 가보니 참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와 외국 술들을 모은 것도 대단했지만, 작은 미니어처를 그렇게 많이 모을 수 있다니.... 그나마 전시한 것은 일부라 하니, 얼마나 많은 시간과 돈을 썼을 지 생각하니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여기에 온 진짜 목적이 뭔지는 나중에 알게 되었다. L군의 야심이 마지막 코스인 '샵'에 있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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