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월 20일 금
오늘은 L의 친구와 제주시에서 만나기로 한 날이다. 날도 화창하고 바람은 잔잔하니,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한다.
제주집에서 해거름 공원까지 자동차로 가는 거리가 만만치 않았다. 결국 12시가 넘어 줄발했다. 해거름공원에서 용두암까지가 오늘의 라이딩 목표다.
해거름 공원 바로 옆에 공사 중인 건물의 주차장이 있었는데, 이곳은 종종 우리의 전용 주차장이 되었다. 내 오래된 차가 이 이쁜 바다를 보고 있는 것을 무척 좋아하는 것 같다.ㅎㅎ
해거름 마을 공원
여기는 서쪽 바다다. 쪽빛 바다가 햇살에 빛나는.
바람조차 따뜻해서 자전거바퀴와 앞서거니 뒷서거니 하며, 바닷가길을 달렸다. 바닷가 길에는 유채꽃 진 자리에 앙배추꽃이 노랗게 피어 흰 나비를 부르고 있었다. 그 뒤로 푸른 바다가 하늘과 돌담 사이에서 빛나고 있었다. 때때로 돌담을 타넘는 아이비가 바다로 손을 뻗고 있었는데, 그 연초록이 너무 고와서 가슴 설레였다.
그렇게 바다를 끼고 달리다보니, 언덕 꼭대기 다락 쉼터에 도달했다. 초록빛 바다로 탁 트인 전망이 펼쳐졌다. 본래 여기에 인증센터가 있어야 하는데 없었다. 지금은 이처럼 달콤한 바람이 불지만, 어느날은 미친듯한 광풍이 되어 자전거 인증박스를 날려버렸다 한다. 미친 광풍과 따뜻한 바람이 공존하는 곳, 제주 북쪽 바다다. 그런 이유로 이곳 인증 도장이 해거름공원에 있다.
언덕아래 바다쪽에 말도 안되는 전설을 만들게 한 멋진 바위가 있다. 일명 포세이돈의 얼굴 - 말하기도 쑥스럽다.
(제주 애월읍 고내리 바다가 아름답다는 소문을 들은 바다의 신 포세이돈이 형 제우스에게 부탁하여 구름을 타고 제주도에 왔는데, 그만 넋을 빼고 보다가 돌아갈 시간을 놓쳐 저러고 고향 바다를 바라보고 있다는...... ㅠㅠ)
한창 제 철을 만난 청보리가 돌담 너머 제주 바다와 경계를 지우고 있다.
긴 언덕길이었던 다락 쉼터를 지나고도 고만고만한 바닷가 마을과 항구를 지난다. 제주 바다가 내겐 아름다운 풍광이지만, 어떤 이들에겐 엄정한 생업임을 알게 한다.
드디어 마지막 종착점. 용두암. 아니? 이렇게 작은 바위였나? 게다가 새똥을 뒤집어 쓴 용이라니...안쓰럽다고 해야할지 어처구니 없다고 해야할지 당황스러웠다. 이렇듯 기억은 항상 사실을 왜곡한다.ㅠㅠ
이제 손샘내외를 만나러 갈 시간이다. 보물섬에서 회정식을 먹었다. 회에 갈비찜, 보리굴비, 간장게장까지 나왔으니, 대접을 잘한 셈인가? 손샘이 묶고 있는 숙소에 가서 1박하기로 한다. 제주에만 있다는 에일 매주와 함께 하는 밤도 즐겁고, 넓고 깨끗한 숙소도 좋았지만, 밤새 뒤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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