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여행/제주 3주 살이

제주 D11 - 성읍 민속 마을, 국립박물관,도립 미술관

여름숲2 2018. 4. 24. 23:24

* 4월 24일 화


  이슬비가 내린다. 굵기는 달랐지만, 3일째 비가 내리고 있다. 제주는 뭘 해도 항상 지나친다. 눈이 와도, 비긴 와도,왔다 하면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니 말이다. 지난 2월에 왔을 때는 눈 때문에 고립될 뻔 했다. 이번엔 비가 ...제주는 비오는 날은 안개가 껴서 운전하기도 힘들고, 바람까지 동반하면 날아갈 것 같아서 외출하기 무섭다.

  오늘은 흩뿌리는 비, 우산을 쓰기도 안쓰기도 곤란한 그런 비가 온다. 성읍 민속 마을을 걷기엔 그만이라고 하자.


 성읍 민속 마을




  •  본래 동,서, 남문을 지키는 수문장으로  12기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동문에 4기만 남아 있다. 돌 하르방의 표정이 재미있다.



  입구에서 돌하르방과 사진을 찍고 있는데, 해설사 할망이 있어 졸래졸래 따라갔다. 할망 해설사는 초가집도, 제주 정낭(대문)에 대해서도 설명하면서, 어느 초가집 안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차 한 잔을 따라주더니.... ㅎㅎ

  결국 우린 여기서 오메기술 한병과 오미자차를 사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해설은 끝났다. 물론, 오메기술과 오미자차는 맛이 좋아서 제주의 추억이 되었다.ㅋ




고즈넉한 마을 길을 걷다보면, 키큰 철쭉도 만나고, 담을 넘어 솟아오른 유채꽃과 바닥에 떨어진 동백꽃과도 만난다.



 300여채의 초가와 정의현청 등 제주 읍성의 모습을 잘 간직한 마을이다. 실제로 사람이 살고 있다. 해설사 할망의 말에 따르면, 이곳에 연 세는 100만원쯤 하니, 들어와 살아도 된다고 했다. 잠시 마음이 흔들렸으나, 해마다 초가지붕을 갈아야 한다는 말에.....  없었던 일루~





  그리고 1000년 된 느티나무와  600년 된 팽나무가 가늠하기 어려운 시간을 말한다. 천년동안 이 나무 앞에서 일어났던 무수한 사건들과 웃고 울었을 사람들을 상상해본다. 맙소사!



 국립 박물관

 

  제주시로가는 번영로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그 속에 말이 서 있는 모습이 몽환적이다. 올 때는 비가 왔는데, 말들이 혼자 서서 고스란히 비를 맞고 있었다.아이구!


  국립박물관은 멋진 건물에 비해 전시물이 빈약했다. 선사시대의 유물들과 조선시대의 교지, 혹은 지도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지도나 그림과 항께 쓴 기록물들이 인상적이었다.



 도립 미술관





  도립미술관의 건축물이 훌륭하다고 해서 들렀는데, 역시 매력적이었다. 건축가 한기영의 작품인데, 2층 콘크리트 건물을 그대로 노출시키고, 자연(물)을 끌어왔다는 점에서 얼핏 안도다다오가 떠오르긴 했다. 그렇더라도 제주에 물과 자연과 낮은 건물은 참 잘 어울린다. 아름다운 건축물이어서 햇살 가득한 날은 또 어떤 풍경일지 궁금했다.

 전시물은 홍희담을 비롯한 민중 화가들의 판화 작품이었는데, 80년대에 충격과 감동을 주었던 작품들이 오늘날에는 다소 생경하고 낯설게 느껴지가도 했으니, 진정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를 뛰어넘어 보편적인 감동을 이끌어내는 것이 힘든 일임을 알겠다.  특별전으로 4.3 항쟁 기념 전시 '포스트 트라우마' 를 하고 있었다. 4.3 , 5.18, 중국의 난징, 일본의 오키나와, 베트남, 대만2.28 등 국가의 폭력에 의한 희생과 트라우마를 소재로 한 작품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여기서 강요배의 '불인'을 보았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강요배 작가의 ‘불인’. 333×788cm. 제주도립미술관 제공

강요배의 불인

  노자의 도덕경에 나오는  '천지불인(天地不仁)에서 따왔다고 한다.

  4.3 당시 가장 많은 희생자를 낸 조천 북촌을 그린 작품으로, 사건이 일어난 장소의 풍경을 그렸다 한다. 불타는 마을 전경과 음산하게 굽이치는 나무의 모습이 비극적 상황을 불안하게 드러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