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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제작인 '채식주의자', 2005년 이상문학상 수상작 '몽고반점', 그리고 '나무불꽃'으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각각 남편, 형부, 아내의 시선으로 주인공 영혜의 채식선언에서 금식까지의 과정을 서술한다.
1부 '채식주의자' - 영혜의 남편(1인칭)
크지도 작지도, 예쁘지도 밉지도, 장점도 단점도 눈에 띄지 않는 영혜는 평범하고 조용한 아내였다. 좀 특이한 점이라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는 정도였다. 그런 아내가 어느날 집안의 모든 육류를 버렸다. 꿈을 꾸었다는 것이다. 어두운 숲에서 길을 잃고 헤매다가 들어간 헛간에 시뻘건 고깃덩어리들이 매달려있었다는 것이다. 그곳을 통과해온 후에 온몸과 입에 묻어있는 피와 냄새, 이빨에 씹히던 감촉이 익숙하면서도 낯선, 생생하고 끔찍하게 이상한 꿈이었다는 것이다. 그 후 아내는 점점 말라갔다. 잠도 자지 못하는 것 같았다. 어느날 회사의 사장님 초청 부부동반 모임에 아내를 데려갔는데, 그 자리에서 아내는 도드라지는 젖꼭지를 드러낸 채 완강하게 육식을 거부해서 모든 사람들을 불편하게 했다. 결국 장인 장모에게 도움을 청했고, 마침 처형의 아파트 집들이 날을 D데이고 잡았다. 장모님과 처형의 간곡한 청에도 고기를 거부하던 아내, 급기에 군인출신의 장인이 억지로 고기를 먹이다가 뱉어내는 아내에게 손찌검을 하기에 이른다. 아내는 식탁에 있던 과도를 들어서 자신의 손목을 긋는다. 병원에 입원한 아내는 어느날 병원 분수대 옆 벤치에 위 옷을 벗은채 발견된다. 그녀의 손에는 목에 거친 이빨자국이 난 동박새 한 마리가 잡혀 있었다.
남편의 이야기 사이사이에 영혜의 꿈과 과거의 기억이 중간중간 다른 글씨체로 나오는데, 그 중의 하나가 어린시절 다리를 문 개 이야기다 영혜의 아버지는 영혜의 다리를 문 개를 오토바이에 묶은채 동네를 끌고다니다. 일곱바퀴째 돌던 개으이 눈꺼풀이 열린 핏물이 고인 눈과 나의 눈이 마주친다. 그리고 나는 개에 물린 상처가 나으려면 먹어야한다는 말에 누린내가 나는 개장국을 한그릇 먹는다. 국밥위로 어른거리던 눈, 녀석이 달리며, 거품 섞인 피를 토하년 나를 보던 두 눈을 기억한다.
2부 '몽고반점' - 영혜의 형부(3인칭)
비디오 아티스트인 형부의 시선으로 진행된다. 아내인 인혜로부터 영혜에게 아직도 몽고반점이 남아있다는 말을 듣는 순간부터 영혜의 엉덩이에 푸른 꽃이 열리는 장면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 이미지를 실현시키기 위해 후배의 작업실을 빌리고, 아내를 속이며 영혜에게 꽃을 그리고 싶다고 말한다. 결국 영혜의 몸에 등쪽에는 밤의 꽃들을, 가슴쪽에 찬란한 한낮의 꽃들을 그려넣는다. 그리고 비디오 작업을 위해 후배 J의 몸에도 꽃을 그려넣은 다음 둘의 교합장면 사진을 찍고자 한다. 그러나 결국 J는 실제 교합에 반발하고 나가버린다. 영혜는 이 모든 작업에 이상할 정도로 집착한다. 결국 그는 급히 친구에게 달려가 자신의 몸에 꽃을 그려달라고 한 다음 영혜의 집으로 가서 비디오를 켜둔 채 자신의 욕망을 실현한다. 그 다음날 동생에게 나물을 가져온 인혜는 이 모든 장면을 보고 경찰을 부른다
3부 '나무불꽃' - 영혜의 언니 인혜
그 후 영혜는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남편은 지리한 재판과 구명운동 끝에 풀려났지만 모든 것으로부터 버림받고 떠돌아 다닌다.
영혜가 숲속에서 발견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정신병원에 간 인혜는 한사코 식물이 되고자 하는 영혜를 보면서 끔찍하던 과거의 기억을 떠올린다.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노출되었던 자신과 영혜, 특히 영혜에게 가혹했던 폭력을 기억한다. 지나치리만큼 성실하게 살아온 자신의 삶이 그날의 기억에서 벗어나려는 몸부림이었음을, 영혜가 식음을 전폐하고, 모든 병원의 조치를 거부하면서 나뭇가지처럼 말라가는 영혜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는다. 물구나무서서 식물이 되려고 하는 행위는 죽음에 대한 열망과도 닮아 있다. 상처로 점철된 과거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새로운 인간관계도 결국은 또다른 상처를 낳을 뿐이라는 깨달음은 결국 세상의 모든 욕망을 거부한 채 죽음의 세계로 인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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